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라블리 Feb 23. 2020

보기만 해도 눈물 나는 밥

장조림 버터 비빔밥


잘 지냈으면 좋겠어



세상 쿨한 척하며 내 인생 세 번째 남자 친구에게 저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더라. 그것보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더 신경이 쓰이기만 했다. 집에서도 식당에서도 나 혼자 잘 먹는 스타일이라 어디에서 혼밥을 먹을까 하며 돌아다니던 중 내가 좋아하는 스쿨푸드를 발견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 그런지 커플 한 팀과 나밖에 없었다. 조용히 먹을 수 있겠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장조림 버터 비빔밥을 주문하였다. 짭조름하면서도 단 맛이 도는 장조림과 기분 좋은 느끼함, 고소함이 뒤섞인 버터 그리고 그 위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에그 스크램블까지 최고의 조합이다. 시간이 지나 직원분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한 술 집어 든 순간. 




펑펑 눈물이 났다


생각해보니 당일에 헤어진 남자 친구가 알려준 음식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남자 친구는 무척이나 흥에 겨운 상태에서 나를 만났는데 그 이유가 완전 내 취향의 음식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데리고 간 곳이 스쿨푸드였고 주문해준 음식이 바로 장조림 버터 비빔밥이었다. 그 친구의 생각대로 내 입 맛에 딱 맞았고 그 뒤로는 애정 하는 인생 음식이 되었다. 항상 같이 먹던 남자 친구는 온데간데없고 건너편에서 서로 먹여주기 바쁜 커플들을 보며 나 혼자 펑펑 울며 비빔밥을 떠먹고 있었다. 눈물은 뚝뚝 떨어져 밥그릇에 들어가고 울음소리가 나지 않게 참느라 밥을 넘기는 목구멍이 타들어갈 듯이 뜨거웠다. 


그 이후로 몇 년은 장조림 버터 비빔밥은커녕 스쿨푸드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는 집에서 딱히 먹을 거 없을 때 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가끔 한 번씩 다 만들어놓고 울컥하게 만드는 장조림 버터 비빔밥.




장조림 버터 비빔밥 재료


장조림

버터

무말랭이(단무지로 대체 가능)

밥 한 공기

달걀 2개

우유 반 컵

후리카케 (김가루로 대체 가능)

올리브유








1.

달걀 2개와 우유 반 컵을 넣고 휘저어 스크램블 만들 준비를 해준다. 










2.

올리브유를 두른 팬이 예열되면 달걀물을 부은 뒤 젓가락을 이용하여 몽글몽글하게 휘저어 준다. 

어느 정도 익으면 가스불에서 내려 식혀준다. 








3.

장조림을 잘게 잘라주고 무말랭이는 그대로 ,

버터와 함께 나란히 밥 위에 올려 준다. 











4.

스크램블을 밥 위에 얹어 준다. (이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움)










5.

후리카케(밥이랑)를 솔솔 뿌려 마무리해준다. 













웃으며 먹는 버터 장조림 비빔밥

    





아무래도 혼자 사는 나이다 보니 만사가 귀찮을 때 후딱 해 먹는 요리들이 많다. 하지만 하나하나마다 에피소드가 있기에 나에게 이 한 대접은 가치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 때는 울면서 나 홀로 먹었던 밥이지만 이제는 집에서 미드를 보며 즐기는 간단한 음식이 되어 기쁘다 :)






ⓒ2020.요리의기쁨 all copy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아보카도 명란 덮밥의 분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