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무례한 질문들

나에게만큼은 무례할 정도로 솔직해지기로 했다

by 유영원

결국 동생은 차 안에서 울기 시작했다. 동생을 몰아부치는 아빠는 우냐? 라고 묻고 한 마디를 더 얹었다.


"나는 반대야. 울 일이 아니다, 너. 아빠가 하는 말을 지금부터라도 잘 생각해야 돼."


아빠는 우는 동생을 달래줄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을 반대한다는 선언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줘 놓고도 다시 몇 마디를 더 이어붙이는 사람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 모습이 드러난 광경을, 나는 생경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빠의 말에 아주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동생의 남자친구는 22년 말 쯔음 모두가 부동산 가격에 패닉이 와 있을 때 그 흐름에 휩쓸렸다. 자세한 사정을 다 알려주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값이 너무 내려 처분할 수 없다고 했단다. 나보다 세살 어린 그 남자애의 겁 없는 선택에 내심 고개를 저으면서도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은 많다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휩쓸리는 마음들.


아빠가 동생의 남자친구의 투자를 좋지 않게 생각하리란 건 충분히 예상이 갔지만, 반대라고 딱 잘라 말한건 의외였다. 그러기엔 그런 사람들은 말 그대로 너무 많았다. 추석 당일이었고, 긴 가족여행의 끝에 남해에서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9시간이 넘게 걸렸다. 마지막 구간 즈음은 동생의 훌쩍이는 소리와 아빠의 단호한 훈계로 가득 차 버렸다.


먼저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온 나는 캐리어를 꺼내 정리하고 집에 오래 혼자 있었던 고양이 다람이의 식기를 세척했다. 화장실을 치워주고 환기를 시키고 대충 요기를 하고 나니 밤이 되었다. 신선한 사료로 배를 채운 다람이는 기쁨의 우다다를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침대벽에 기대 느긋하게 누웠다. 그제야 내 세계로 돌아온 실감이 났다. 집으로 돌아간 동생과 가족들이 걱정되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부동산이 결국 갈아타기로 나은 동네로 가는 건데 말야. 아빠가 조금 심했던 것 같아.

"경고하려고 좀 세게 말한 거 같긴 해. 엄마, 근데 그런 걸 떠나서, 여유돈이 있었다고 생각해봐, 내가 그 도시에 그 집을 샀겠어?"

- 너는 그럴 애가 아니지. 그런 선택지는 너한테는 없었겠지.


맞아. 나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살 동네가 아니면 집을 사진 않았을 것이다. 20대 후반에 결혼할거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남자친구를 집에 소개시킨 적도 없었다. 주말마다 소개팅을 하는 대신 회사에서 고양이를 주어왔다. 다람이라고 이름 붙였다.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 책을 모아서 이케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동생의 이야기는 나를 사로잡아서, 여행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한가지 질문을 굴려보게 만들었다. 왜. 왜 나는 종자돈으로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아닌 걸까. 왜 나는 친구가 아파트를 살 때에도 말렸을까. 왜 나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왜 아직도 나는 사람 대신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걸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구성하는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건 아주 어린 애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비밀스럽게 왜 나는 남들과 다른지, 그런 질문을 하며 산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정직하기 마련이고, 아주 정직하려면 무례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무례한 질문들과 싸우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어릴 때와 다른 것은 남과 다른 게 더 이상 우월감의 원천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저 여러 선택들이 이루어져 내 삶이 되었고, 나의 선택의 결과들이 나를 이루는 조건으로 자리잡은 것 뿐이다.


창 밖에는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수영을 하러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궂어서 걱정이 됐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키고 불을 껐다. 어둠 속 내 세계는 나 하나만을 제외하고 빈칸처럼 덩그러니 놓였다. 그러나 고치처럼 아늑했다. 다람이가 옆으로 튀어올랐다. 잘 준비를 하며 몸을 작게 웅크렸다. 손을 뻗어 쓰다듬었다. 남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평온한 귀환이었다.


침대에 같이 누운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