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외롭지 않은 거니?

by 유영원

연휴 만큼 혼자라는 것이 명백해지는 때가 있을까. 번화가의 카페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관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백발의 노인이 유모차 속 아기와 그들의 부모와 함께 있다. 서로 반말을 하는 동년배들, 대여섯씩 앉아 어색하게 웃는 단체 손님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나. 나는 유일한 1인 손님이다.


3박 4일의 여행이 끝나고도 연휴는 아직 길었다. 집에 있을 수록 늘어지는 것 같아 나온 카페는 예상과는 달리 소란스러웠다. 집에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튀어나온 사람이 나뿐이었을리가. 머리를 굴려 산업단지 근처 카페로 왔지만 원하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두가 빈 시간을 채우러 나온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을 이루는데 큰 관심이 없었다. 학창시절 미래의 모습을 써보라는 과제를 받아도 남편의 존재를 상상하진 않았다. 고양이와 함께 대저택에 사는 독거노인의 모습. 그게 15년 전쯤 상상한 나의 미래였다. 나의 상상은 반만 이루어져서, 대저택은 아니어도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독거인이 되었다.


상상이 이루어졌다 해도, 구체적인 디테일을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아이와 남편이 채울 공간은 내게 빈 칸으로 남으리라는 점을. 친밀한 가족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베이커리 카페에서 홀로 노트북을 두드리는 자의 고독을.


나는 이제 서른여섯에서 일곱살이다. 혼자 살겠다고 비장하게 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러다 늙으면, 아프면 어떡할래하는 질문에도 죽지 뭐 라고 대답하는 담력을 갖췄다. 또래 남자를 만나면 결혼 반지부터 확인하다 스스로가 웃겨서 웃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애써 외롭지 않다고 우기지 않는다. 대신 외로움을 채우는 여러가지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외로움은 내가 선택한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가장 진득한 농축액이다. 다만 어떻게 채워갈지 고민하는 자유만이 내가 가진 이점이다.


오늘은 카페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써서 시간을 채웠다. 무화과 케이크를 먹고 커피도 마셨다. 글을 마무리하고 집까지 강변을 따라 걸어갈 것이다. 한시간 남짓 걸으면 해가 지고, 연휴의 마지막 밤이 오겠지. 그때에는 낮에 들었던 사람들의 소음이 배경음처럼 귓가를 맴돌겠다. 그리고 나는 오롯이 혼자라는 씁쓸한 단 맛을 다시 한번 느끼며 잠에 들 것이다.


카페에 가는 길에 찍은 안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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