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DHD EP09.
ADHD인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겪지 않을 여행 에피소드를 하나 꼽자면, 바로 비행기 바로 앞에서 쫓겨난 일이다.
때는 코로나가 어느덧 잠잠해지고 날이 추워지는 무렵. 그간 모은 연차를 사용해서 오키나와에 갔다와야겠다는 계획을 했다. 아 물론 여행 일주일 전에 말이다.
언제나 그랬듯 무계획의 흐름으로 여정의 시작을 하게 되었다.
휴대폰을 하다가 갑자기 삿포로 항공권을 검색하고 싶었고, 삿포로가 비싼 대신 오키나와가 싸다는 걸 알았다. 3초 뒤 '오키나와에 가야겠다.'라고 결심을 하고 다음 날 일정 조율을 하고 바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제주도였다면 항공권만 구매한 뒤 일단 가서 당일에 숙소를 잡는 게 보통이었지만, 해외여행인 오키나와는 특별 대우를 하여 1,2일차 숙소와 렌트카까지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맛집이나 여행 경로는 일단 가서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일주일 동안 여행을 기다리며 일상을 보냈다.
여행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을 찾았다.
공항에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코로나로 인해 오랜만에 공항에 가는 탓도 있었다.
편안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속절차를 밟았다.
탑승구가 보이고 창밖에 내가 탈 비행기가 보였다. 가슴이 뛰었다.
'이 얼마만에 해외 여행이냐!'
"고객님, 죄송한데 탑승할 수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알고보니 코로나가 끝나갈 즈음이라 많은 국가들이 백신에 대한 기준을 풀었지만, 일본은 그 당시 아직 3차 백신을 맞거나 출국 직전에 코로나 검사를 해 음성이 나온 사람만 입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걸 몰랐다.
속으로 '아니 그걸 이제 얘기해주면 어떡해...!'라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 때 갑자기 머릿속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때 내가 대수롭지 않게 읽지도 않고 넘어갔던 창이 떠올랐다.
분명히 그 창에는 코로나 어쩌고 저쩌고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안내 문구라고 생각하고 추가로 필요한 절차가 있을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채로 무심코 넘겼던 그 창이, 일본 여행에 필수로 필요한 서류에 대한 안내 사항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짜증이 나기 보다는, 이 상황과 이런 준비 조차 안한 내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어 웃겼다.
혼자 허허허하며 항공사 직원 분의 안내를 받아 다시 수속 절차의 역순을 밟아 공항 밖으로 나갔다.
상황이 또 안 좋았던 것은, 내가 타려 했던 비행기가 그 날 마지막 오키나와행 비행기였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몇 시간 내로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검사소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정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 이런 상황이 사실 큰 사건은 아니었다.
귀찮긴 하지만 그런갑다... 하고 바로 렌트카를 빌려 즉흥 1박2일 인천 여행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인의 타코야끼 집이었다.
공항과 멀지도 않아 불쑥 방문해 타코야끼를 먹었다.
근데 웬걸 옛날에 오사카에서 먹었던 인생 타코야끼보다 2.5배는 맛있었다.
'아... 여기가 일본이 아닐까?'
사진 한 컷 찍어, 일본에 도착한 척 한국어가 안보이게 SNS에 한 컷 올렸다.
친구들을 속일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씰룩댔다.
바로 앞에 바다에 나가 풍경도 즐겼다.
저녁 노을이 예술이었다. 오키나와 바다 부럽지 않았다.
또 사진 한 컷 찍어 오키나와 바다인 척 SNS에 올렸다.
친구에게 DM이 왔다.
"이야 오키나와 직이네.."
일본 타코야끼는 차원이 다르다며 너스레를 떨며 인천 밤바다 일몰을 즐겼다.
하지만, 이 날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은 사실 여행의 시작에 불과했다.
모든 일이 마음 먹기에 달린거라 했던가.
무던하게 이 또한 여행이라고 즐기며 상황을 맞이하고 즐겼더니 오키나와의 여행은 인생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