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DHD EP07.
난 지독한 귀차니스트이다.
해야 하는 것들도 귀찮아진다 싶으면 기가 막히게 셀프 합리화를 하여 안 해버리고 만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옛날부터 싫지 않았고 쓰면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항상 미루고 또 미뤘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레 글쓰기 습관이 생긴 것은
"안 쓸 수가 없는데?"라는 정도의 효용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ADHD인들은 평균보다 더 자극을 받아야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글쓰기 초기에 개인 블로그를 꾸준히 쓰고자 1일 1글쓰기 미션도 해봤고,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주제들을 따로 메모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글쓰기가 내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은 없었다.
시작은 일기였다.
이전에도 일기를 종종 썼으나 습관이 된 적은 없었다.
이번 일기는 두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첫 번째, 최대한 간소화하기
두 번째,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들도록 자극 포인트 만들기
첫 번째로, 간소화.
그전에 일기를 모두 실패했던 까닭은 일기를 직접 공책에다가 썼기 때문이다.
직접 글을 쓰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쓰는 속도가 느리지만 그만큼 머리가 더 회전되는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종이에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써 내려가는 것이 아주 좋다.
그러나 그 매력이 긴 시간을 내어 자주 쓰고 싶은 정도의 마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과감히 수기로 쓰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노션을 이용해서 쓰기 시작했다.
이미 업무로 사용을 해왔던 터라 익숙했기에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자극 포인트.
귀찮음을 이겨낼 정도의 매력을 느끼진 못해 수기 일기를 포기했다면, 이번엔 노션에 일기를 적는 귀찮음을 이길 정도의 포인트가 있으면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요소를 만들었다.
바로, 일기를 <감정일기>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었다.
내가 쓰고 있는 감정일기란, 그날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일기를 쓰되 사건이 포인트가 아니라 '감정'을 포인트로 쓰는 일기이다.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건이 많을 필요도 없고, 억지로 쥐어짜내 글을 쓸 필요도 없다.
감정일기를 쓰게 된 이유는, 그즈음 읽었던 심리학책들 때문이었다. 여러 고민이 많았을 때라 내 마음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책들을 읽었는데, 무의식에 관한 내용을 많이 접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좋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라 했다.
실제로 감정일기를 시작하고 나서 감정에 포인트를 잡게 되자, 일상생활에서도 올라오는 감정을 더욱 잘 인식하고 전보다 마음을 더 다잡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내 안에 꽁꽁 숨겨진 생각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꺼내서 해결할 수도 있었다.
시작은 일기였지만 점점 다양하게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은 노션에 10개가 넘는 페이지를 만들어 다양하게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 습관이 생기기 전에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이 손소독제 휘발되듯이 없어지는 게 너무 아까웠는데, 지금은 아이디어가 1차 가공되어 창고에 차곡차곡 정리가 되는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이 가공된 생각들은 앞으로 직접 실행해 보며 이 또한 연재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