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는 ADHD 10화

ADHD in 오키나와2 - 오키나와에서 운전 연습을

나는 ADHD EP10.

by 소양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쫓겨나고 인천에서 즉흥 1박2일 여행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음 날 다시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선 일본 옷을 입은 귀여운 피카츄가 반겨주었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렌터카였다.

기존에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취소하고 공항에 있는 부스에서 신청을 했다.

예약이 안 된 상태라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비용이 다소 올라가긴 했지만 막상 차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

1만 km도 타지 않은 반짝반짝 빛나는 귀여운 하이브리드 왜건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운전이었다.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외국에서 렌터카를 몬다는 것 자체가 무모했다.

그것도 일본에서.

그런데도 "죽기야 하겠어?"라는 ADHD식 긍정 회로가 돌아갔다.

패기 넘치게 시동을 걸었고, 출발했다.


막상 운전대를 잡았더니 긍정회로가 풀로 돌아갔다.

한국에서도 운전을 별로 안 해보았기에 습관이 안 잡혀있어서 그런지, 오른쪽이 운전석인 일본의 차가 나에겐 별로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보라서 일본에서 운전하긴 오히려 좋겠는걸?'이라는 합리화를 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로에 나서자마자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응? 왜 다들 나랑 마주 보고 오지?"

그렇다. 역주행을 한 것이다. 그것도 세 번을 말이다.

결국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차선으로 돌아왔지만,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하이브리드 차는 정말 좋았다.

가속이 부드럽고, 조용해서 긴장감을 조금 덜어주었다.

음악을 들으며 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달렸다. 이제 목적지 근처라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려는데...

옆차선에 있던 차가 도무지 안 끼워주는 것이 아닌가!


'일본 사람들 친절하다더니 다 뻥이었구먼!' 속으로 투덜댔다.

결국 몇 번의 시도를 한 끝에 간신히 빠져나와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동을 끄려고 하니 뭔가 이상했다.


'오잉 상향등이 왜 켜져 있지?'


그랬다. 운전하는 내내 상향등을 켜고 있었다. 그러니까 옆 차선 운전자들이 절대 양보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한 시간 내내 도로 위의 등대였던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처음엔 "아, 내가 운전을 좀 잘하는 거 같은데?" 싶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래도 별 무리 없이 숙소에 도착한 사실에 만족하며 짐을 챙겨 들어갔다.

숙소는 바닷가가 바로 앞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였다.

내가 묵었을 당시에 1명의 한국인을 제외하곤 모두가 일본인이 묵고 있었다.


무슨 패기였는지 짧은 영어로 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말을 걸고 다녔다.

해외에 가면, 대화만 통하면 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어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대화가 잘 되는 듯하다.

그러다 호스트에게 들었던 한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보다 10살 정도 많은 형님이었고, 얘기를 나눠보니 오키나와 고인물이었다.

현지인이 아니면 모를 찐맛집과 로컬 스팟을 줄줄이 읊어대며 나를 홀렸다.

결국 우리는 다음 날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기대감에 부풀어 침대에 몸을 눕혔다.

‘내일은 또 어떤 대환장 모험이 펼쳐질까?’

설렘과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그렇게 오키나와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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