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국립중앙과학관 <일상의 기후> 전시 글에서 발췌
작년 봄, 그의 작업실에 찾아갔을 때 그는 바위의 한 부분이 클로즈업 된 사진을 내게 건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바위틈으로 이끼도 붙어있고, 따개비, 물풀도 자라고 있는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발견할 법한 평범한 바위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내게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 바위는 세제 통이라고 말했다.
석유의 부산물이 원료인 '플라스틱'은 변형이 용이하면서, 오래도록 썩지 않고 제작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인간의 편의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플라스틱은 지금 지구에 차고 넘치고 계속해서 버려진다.
그리고 버려진 곳에서는 바람, 햇빛, 파도 등 자연의 개입으로 인해 기존의 형태가 변형되거나 이끼나 따개비 같은 생명체가 들러붙으며 새로운 생명력이 발생한다. 생명력이 있는 모든 것에서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는데, 바로 장한나는 이러한 아름다움에 끌려 그 넓은 바닷가에서 뉴락을 건져올린 건 아닐까?
뉴락에 관해 이야기하다보니 그의 작업실 한편에 붙어있었던,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던 메모 하나가 떠오른다.
- 윌리엄 해밀턴 -
여기서 말하는 '순수'는 다양성을 제거하고 획일화된 상태를 말하는데, 뉴락에서 발견한 자연 생태계는 삭제하는 법을 모르는 듯하다. 무언가 낯선 것이 나타나거나 사건이 발생하면 이렇게 저렇게 건드려보다가 얽히고, 뒤섞이며 다양하게 어울린다. 이것이 자연생태계가 돌(살)아가는 방식인 듯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나와 우리의 삶의 공간과 시간을 망치지 않기 위해선, 다양하게 뒤섞이며 생명력을 발휘하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기후위기 앞 광장
자연 생태계를 관찰하고 흉내 내고 말하며 그것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불러내는 광장(이자 팬레터).
글쓴이 : 신영은_문화연대 기후위기 대응운동모임 ‘Still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