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앞 광장 ⑤
온 지구가 기후위기로 앓고 있습니다. 전세계 활동가와 예술가들은 어떻게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고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맞서는 예술/행동을 소개하는 <기후위기 앞 광장> 다섯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영국의 문화예술 영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성공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영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표현하며 실천하려는 문화예술 영역의 개인들과 단체들, 기관들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영국예술위원회 환경프로그램(Arts Council England Environmental Programmes)이 시작된 후 영국의 문화예술 영역은 2012년 이후 매년 5%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16,500,000 파운드 (약 260억)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였다. 또 영국의 행동주의 예술과 문화예술 단체/기관의 참여로 기후변화 시민운동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예술은 영국의 멸종저항운동과 금요일학생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2019년에는 테이트(Tate museum)를 비롯해 여러 문화예술기관들이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참여하고 탈탄소화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문화비상선언(Culture Declares Emergency)’은 영국의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가장 크고 활발한 기후변화 대응 시민 운동 중 하나이다. 2019년 시작한 ‘문화비상선언’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호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광범위한 시스템 전환에 대한 문화예술 영역의 사회적 참여와 실천을 독려하는 선언이자 행동이다. 이 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과 관련 단체/기관들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기후 및 생태 비상 법안을 지지하는 집회와 행진을 하며, 팬데믹 위기에 대한 성찰 모임을 통해 팬데믹 기간에도 기후 변화 대응 활동을 모색하였다. 글래스코의 COP26의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하였으며, 영국 지역뿐 아니라 호주, 캐나다, 독일, 스페인, 미국 등 글로벌 차원의 소통과 연대를 발전시키고 있다. ‘문화비상선언’의 내용은 음악(Music Declares), 건축(Architects Declare), 문화유산(Heritage Declares), 건강(Health Declares), 관광(Tourism Declares) 등 다른 영역들의 비상선언에도 반영되었다. 2023년 현재 총 996명의 문화 예술인, 597개의 문화 예술 단체와 기관, 그리고 총 10 개의 허브/네트워크가 이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비상선언’의 행동전략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호에 대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적절한 참여와 개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행동 전략이란, 첫째, 예술과 교육을 통한 진실 전달, 둘 째, 문화적 실천/관행의 탈탄소화, 셋째, 커뮤니티의 전환(transition) 지원, 넷 째, 글로벌 시스템 변화 촉진, 다섯째, 문화적 테라피와 돌봄 제공, 여섯째, 문화의 탈식민화와 토착민들의 배상 촉구, 일곱째, 생태적 디자인과 혁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의 적응과 유산 보호이다. 이 8가지 행동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예술과 교육을 통한 진실 전달’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가운데, 문화예술의 창의적인 접근 방식과 이야기(stories) 구조를 사용하여 진실을 전달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둘째, ‘문화적 실천/관행의 탈탄소화’는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실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16년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영국 국립극장은 이미 에너지와 수자원 절약과 폐기물 절감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1/4로 줄였다. 셋째, ‘커뮤니티의 전환 지원’ 행동전략은 기후변화 대응과 그 변화에서 지역 사회가 주체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회복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이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가 ‘해로운’ 자본주의의 영향력과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글로벌 시스템 변화’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글로벌 협력을 도모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참여 민주주의를 확대하며, 성장중심주의의 대안으로 생물지역주의(Bioregionalism, 장소를 기반으로 한 연결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규모의 감각)을 내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차원에서의 에코사이드를 종식시키고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며 지구와 인권을 보호하는 법률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다섯번째, ‘문화적 테라피와 돌봄 제공’은 환경 변화가 가져오는 불안을 잠재우고 사람들의 웰빙을 도모하는 데 있어 문화예술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여섯 번째, ‘문화의 탈식민지화와 배상 촉구’는 정의로운 전환에 입각해 식민주의 체제를 포함한 문화와 환경에서의 불평등과 억압, 착취 시스템을 폭로하고 해체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자연과 공감하는 문화를 가진 토착민에 대한 탄압과 말살 정책에서 보듯, 자연의 회복과 불의에 대한 배상 사이에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생태적 디자인과 혁신’은 패스트 패션이나 비행 관광(flight-based tourism) 등과 같은 탄소배출을 고려하지 않는 성장중심주의 문화예술 산업 모델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고 재생 경제를 주류화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의 적응과 유산 보호’는 기후변화 완화뿐 아니라 이에 대한 적응의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생물다양성 유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문화비상선언’의 행동전략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문화예술 영역의 사회적 참여를 탄소 발자국 감소와 교육으로서의 역할에 한정시키지 않고, 문화예술 영역 자체 내의 경제성장 중심주의, 자본주의, 식민주의체제 등을 반성하고, 시스템 전환에의 참여에서의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문화연대는 2023년 3월 9일 ‘문화비상선언’을 선언하였고 ‘문화행동선언’을 2여달 동안 진행하고 있으며, 4월 14일 세종시의 ‘기후파업’에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 실천에 대한 문화예술 영역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다.
문화연대 스틸얼라이브 애플(조장은)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박물관미술관 정책에 대한 박사논문을 쓴 후, 기후변화와 사회정의 등을 캠퍼스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