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헤즈
'새얼굴'은 문화연대의 활동가, 집행위원, 회원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문화연대의 새얼굴들이 품고 있는 꿈과 고민을 함께 나누어요.
예술과 운동의 접점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가는 활동가 헤즈를 아시나요? 유쾌하고 호탕한 웃음으로 자신의 길을 가꾸어나가는 헤즈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어요.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찾아왔던 인턴활동가 고유님이 인터뷰했답니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나름 평범하게 미술을 공부하고 개인작업 하며 지내다가 중간에 전환기가 찾아왔어요. 조금 다른 걸 찾고 있었던 시기였죠. 그러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식물을 좋아하니까 같이 가드닝 하자고해서 따라갔어요. 그런데 따라가 보니 그 땅이 점거 부지였던 거죠���
거기서 공유지 운동하고 있었던 문화연대 활동가들을 만났어요.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후반 퇴거하는 시기부터 알고 지내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인턴 제안이 와서... 경의선 공유지에서의 만남이 여기까지 연결된 것 같아요.
문화연대에서 주로 맡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가요?
올해 문화정책센터 1년 차입니다. 인턴 기간을 거쳐 사무처 1년 그리고 현재는 정책센터 일을 하고 있는데... 나도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전에는 문화연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기술미디어문화위원회도 활동을 했어요. 플랫폼 자본주의 관련해서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이런 일을 했었어요. 지금은 문화정책센터의 일을 전반적으로 같이 하고 있긴 하지만 발행물 관련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 정책 쪽으로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서 많이 따라가고 있어요.
문화연대에서 근무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개인 작업할 때랑 비교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개인 작업할 때 느껴보지 못한 만족도라는게 있어요. 사실 예술 작업하다보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가 있거든요. 저는 그랬어요 ‘내가 이런 걸 만들어서 뭘 하려고 그러지?’ ‘예술이 무슨 쓸모가 있나’ 이런 허무함이 느껴질 때 쯤에 경의선공유지 활동가들을 만났고… 잘 연결이 된 거죠.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게 허무하지 않은 일인 것 같아서 이런 부분에서 만족감과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힘들지만 계속하게 되네요, 아직은(웃음).
근데 이렇게 각 잡고 물어보니까 정말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어!
문화연대에서 근무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출근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데, 매일 아침 출근해야 한다는 점이 버겁고요 (웃음). 가장 힘든 건, 늘 얘기하는 것 같은데 ‘문화’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내가 알아야 하는 것들의 종류가 더 많은 것. 이런 게 버거울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한번에 여러가지를 잘 못해요. 근데 뭐 하나에 집중해서 파고들 시간이 없기도 하고, 애초에 논평이나 정책보고서 같은 걸 읽는 것 자체가 조금 힘들었어요. 이런 걸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걸 그냥 읽어야 되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뭔가를 찾아내면서 읽어야 하는 거니까, 문제의식이 있어야 해요. 자료를 읽음과 동시에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이걸 더 한다고 뭔가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어디 나가서 발언하시는 분들 보면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이 막 나오잖아요. 물론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겠지만, 신임 활동가라는 변명을 언제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거 진짜 속상한 건데 ㅎㅎ 티셔츠를 벗었는데도 입은 거 같아요. 저보다 더하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땡볕에 밖에 서있을 일이 많아지니… 얼굴하고 목 부분하고 손만 타고 있어요…이거 진짜 속상해요(웃음).
지금의 직업이 (활동가) 헤즈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개인작업을 할 때, ‘내가 하는 예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아니면 어떤 ‘의미’인지를 묻거나. 사실 항상 받는 질문이 이거예요. 대부분 나에게서 시작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많은 이들을 설득시키지 못 할 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엄청나게 쓸모가 없을 수도 있고… 내 작업이 누군가를 설득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에게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라는 건 예술이나 제가 생각하는 활동이나 똑같아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 과정에서의 보람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게 가장 커요. 이야기의 시작은 같은데 다른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게 해주니까. 다른 결과를 경험하게 되고. 근무하면서 좋은 점은? 이라는 질문이랑 많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헤즈가 생각하는 활동가로서 필요하거나, 가지고 있으면 좋을 법한 기질, 성격은 무엇인가요?
문화연대 사람들이랑 진짜 많이 얘기하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 처음에 ‘활동가는 이런 사람들이야’하는 이미지가 나름 있었는데, 완전히 와장창 깨졌어요(웃음).
사실 ‘활동가’하면 현장에서 막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잖아요. 제가 보던 모습은 주로 시위 현장의 모습이고. 근데 현장 바깥에서 더 많은 활동가들이 발을 구르고 있어요. 엄청나게. 이런 부분이 잘 안 보인단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한테는 어떤 긍정적인 희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 희망이 자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되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다들. 부정적인 사람들이었으면 진즉에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답이 안 보이니까.
‘어디서 저런 긍정의 힘이 나오지?’하고 생각하게 되는 활동가들이 있어요. 안될 것 같은 것도 “해보자!”, “이렇게 해보자!” 이러는 것도 신기하고, 뭘 보고 달려가는 건지 아직까지도 신기해요. 대체 저 사람들의 내일에는 뭐가 있는 건지.. 나만 안 보이는 건가(웃음). 저는 부정적인 사람에 속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문화연대 사람들이 파도처럼 저를 덮쳤어요. 이 파도가 나를 내버려 두지도 않고 내보내주지도 않고.. 머리채를 딱 잡아서 “거기 아니야~” 이러면서 끌고 가고 이래주니까. 큰일 났다…(웃음).
문화연대 식구들과 회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아, 회원 말고 동료예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조금 있어요. 문화연대가 문화예술정책 관련 활동을 많이 하는데, 제 출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문화연대 와서 ‘왜 정작 예술하는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관심이 없을까’하는 질문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약간 발끈하거든요.
‘모든 시민이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 갖지 않는 거랑 다르지 않은데, 왜 예술인들이라고 더 관심 가져야 하나’하는 마음들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도 사실 안타까운 마음이 있거든요.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활동이 내 친구들, 나와 같이 활동하던 작가들에게 가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주변 작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민단체 활동을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그랬었고..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웃음). 활동가라는 영역이 나랑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세계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떤 언어로 풀면 가닿을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반면에, 사람들도 관심을 조금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주변에, 주변에 예술 하는 친구들 밖에 없으니까. 이런 얘기를 조금 전하고 싶네요. 관심을 조금 더 가져달라, 우리의 이야기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