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을 모티프로 하는 기후위기 대응 예술행동
온 지구가 기후위기로 앓고 있습니다. 전 세계 활동가와 예술가들은 어떻게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고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맞서는 예술/행동을 소개하는 <기후위기 앞 광장>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겪어온 다른 어떤 위기보다 중요한 위험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곧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과 같이 파괴적인 자본주의를 계속 작동시킨다면, 다른 생물종은 물론 인류까지 멸종될지 모릅니다.
멸종 위험을 알리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닥에 드러눕는 것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광장에 드러누워, 기후위기로 인한 죽음을 표현합니다.
시민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이하 XR)은 작년 4월, 전 세계 도시에서 죽음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활동가들은 단지 모여서 드러누웠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특히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고래 화석 아래에서의 퍼포먼스는 우리 인간도 곧 저 화석처럼 지구의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숭고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멸종 위기를 알리기 위해, 보다 강렬한 시각적 메시지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XR은 작년 5월, 관광지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300리터의 가짜 피를 뿌립니다.
붉은 피로 물든 광장 계단에 쓰러진 활동가와 그 위에 뿌려진 조화는 기후위기로 인한 참혹함을 서정적으로 잘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어 작년 10월, XR은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펀딩을 멈추라고 요구하며 영국 재무부 앞에 살수차를 가져와 1,800리터의 가짜 피를 뿌리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4명의 활동가가 모두 연행되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한편, 피와 드러눕기라는 두 모티프를 모두 이용한 예술행동도 있습니다. 2019년 10월 뉴욕에선 황소 동상에 피를 붓고 활동가들이 그 옆에 드러누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답니다.
노인들이 청소년들의 머리 위에 피를 들이붓는 예술행동도 있었습니다. 현재의 편의를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는"nepocide"란 신조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이들의 퍼포먼스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 세대의 역할과 책임을 상기시킵니다.
보다 귀여운 방법으로 우리에게 기후위기로 멸종의 위험을 알리는 예술행동도 있습니다. 바로 동물 코스튬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없는 동물을 대신해, 많은 시민들은 동물로 변장해 동물들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왔습니다.
활동가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동물은 단연 북극곰입니다. 콜라 광고 등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자, 기후위기로 인해 빙하가 녹으며 가장 피해를 받는 상징적인 동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극지방에 서식하는 펭귄도 사랑받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물론 기후위기는 다른 대륙의 동물에게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코끼리, 돼지, 병아리, 개는 물론 얼룩말에게도요.
심지어 피카추에게도 기후위기는 비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죠.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코스튬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행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지구에 돌아온 ‘김공룡과 친구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공룡과 친구들은 지난 1월 31일 환경부장관과의 <녹색전환과 환경정의 타운홀미팅>에 들이닥쳐 "기후변화 우려 나온 지가 언젠데 환경부는 뭘 했나요."라고 당당히 외쳤습니다.
그리고 3월 27일,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를 차지하는 기후 악당 포스코를 규탄하기 위해 주주총회 앞 시위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멸종'을 모티프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작품과 활동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관련된 예술행동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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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5. 20. 박이현. 문화연대 기후위기운동모임 '스틸얼라이브'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