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을 모티프로 하는 기후위기 대응 예술행동
온 지구가 기후위기로 앓고 있습니다. 전세계 활동가와 예술가들은 어떻게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고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맞서는 예술/행동을 소개하는 <기후위기 앞 광장> 세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모두 녹아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과학자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구상의 해수면이 0.6~2m 정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베니스, 런던, 마이애미,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 주요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게 되며, 전세계 인구의 40% 가량이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에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게 되겠지요.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968㎢나 되는 육지가 바닷속으로 사라질지 모릅니다.
스트리트 아트로 유명한 뱅크시(Banksy)는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알리기 위해, 런던 북쪽 리젠트 운하에 빨간 스프레이를 칠했습니다. “난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아"라는 문장은 부정론자와 회의론자들의 생각과 달리 지구온난화로 우리가 위협에 처해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오랜 대립관계였던 다른 그래피티 아티스트 로보(Robbo)의 반달 행위로 인해,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해요.
훌라(Hula Sean Yoro)는 수몰되는 사람의 형상을 벽화로 그리는 작가입니다. 특히 캐나다 동해안 펀디 만에 그린 16.3m 크기의 벽화가 유명합니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매일 썰물 시간대에 보트를 타고 작품을 만들어야했다고 하네요.
훌라는 2015년, 빙하 해빙을 경고하기 위해 빙하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참, 작품에는 친환경 페인트만을 이용했다고 하네요.
페카 니티비르타(Pekka Niittyvirta)와 티모 아호(Timo Aho)의 <Lines (57° 59′ N, 7° 16’W)>는 해수면 상승을 경고하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 아우터헤브리디스에 설치된 작품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면, 미래에 어디까지 잠길지를 예측해 LED 조명으로 표현했습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는 마이애미 해변에 자동차 모양의 모래 조각을 설치했습니다. 마이애미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몰 위기에 놓인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입니다.
<Order of Importance>라는 이름을 지닌 이 작품 역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나중에 이 조각들이 물에 잠겼을 때, 모래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드러나도록 의도하였다고 합니다. 작가는 기후 변화와 그 결과가 더이상 관점이나 의견의 문제가 아니며, 즉각적인 해결을 요하는 객관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영국 템즈 강변에 설치된 <The Rising Tide> 역시 해수면 상승에 관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묵시록의 네 기수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종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국회의사당에서 1마일도 안 되는 거리에 설치되었습니다. 수트 입은 남성 조각은 팔짱을 끼고 무심하게 국회의사당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편, 말의 머리는 오일 펌프처럼 생겼습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우리는 비극적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수면 상승'을 모티프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작품과 활동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서는 방탈출이나 전화걸기 등, 집회 및 작품 등과 다른 형식을 가진 이색적인 예술행동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 . .
2020. 06. 17. 박이현. 문화연대 기후위기운동모임 '스틸얼라이브'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