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대 홍태림 집행위원
'새얼굴'은 문화연대의 활동가, 집행위원, 회원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문화연대의 새얼굴들이 품고 있는 꿈과 고민을 함께 나누어요.
미술 작업에서 비평으로, 비평에서 문화·예술 정책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온 홍태림 집행위원을 소개합니다. 홍태림 집행위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후속 대응 등을 문화연대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현장이 견제와 감시를 수행하면서, 관료 권력으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홍태림 집행위원의 활동을 기대해 주세요.
문화비평 웹진 크리틱-칼 웹사이트를 운영했고, 7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이 분야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에서 부 전공이 신문방송학이었고 주전공이 미술학이었는데, 동양화 서양화 다 전공했어요. 나름 대학 다니면서 나의 작업들이 세상이 좋아지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대학원 끝날 때가 되니 이게 내 능력으로는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미술 작업 말고 나의 뜻을 이루는 데 더 적합한 수단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글쓰기를 뒤늦게 시작했어요. 글쓰기는 공간이나 재료비도 많이 필요 없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도 상대적으로 더 수월한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미술을 했던 사람이다 보니 글쓰기가 결국은 미술 비평 활동으로 이어졌고. 또 미술비평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정책, 더 나아가 문화·예술 정책에도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관심 영역이 계속 넓어진 것 같아요. 크리틱-칼은 8년 정도 혼자 운영하다 보니 감당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편집위원회를 운영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부담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어요. 그래서 2021년 겨울부터는 투고를 더 받지 않고 있어요. 유지보수만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활동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하셨나요?
박근혜 정부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잖아요. 이 블랙리스트가 극심히 작동된 곳이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고요. 블랙리스트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여러 혁신 의제가 제안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현장소통소위원회를 만들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현장과 소통하며 협치할 수 있는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2018년에 6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2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2020년에 7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위촉이 되었죠.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블랙리스트 문제로 완전 폐허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 현장과 함께 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여 현장의 신뢰를 다시 얻으며 협치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실천을 이어간 것 같아요.
집행위원 합류 이전에도 문화예술 현장에서 문화연대와 관계 맺고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문화연대 집행위원으로 합류하셨을 때 어떠셨어요? 그리고 활동하고자 하는 분야나 방향이 있을까요?
시민단체 활동 경험이 없어서 집행위원으로서 잘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지만, 막연하게 문화연대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함께하다 보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활동하다 보면 배울 점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앞서도 관심사였다고 이야기했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해서 후속 대응을 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많잖아요. 특히 이런 문제를 문화연대에서 풀어나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동에 있어서 문화연대와 함께 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거의 9천여 건이 넘는 피해 사례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서 조사라도 진행되어 사회적 기록이 된 사례는 극소수더라고요.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이런 상황이면 한국사회가 수많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계속 방치하고 있는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미진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국가의 배상 절차, 사회적 기억 사업 등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겠지요. 정말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나 문화연대에 제안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미술품 위작 문제 관련해서 관심이 많은데요. 미술작품 유통의 투명화와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기관들의 소장품들 중 위작이 상당수 있다는 우려들이 있는데, 이 문제가 폭탄돌리기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삼성이 국가에 기증한 장물들 중에도 위작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요. 언젠가 때가 온다면 국가기관 소장품들 속 위작 문제를 장기적 안목으로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문화연대 회원 혹은 아직 회원이 아닌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예술 현장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예술 지원 정책을 실행하는 관료권력에 대하여 문화·예술 현장이 수혜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견제와 감시를 수행하면서 주도권을 상당히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 문화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중심축을 잘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많은 분이 문화연대에 관심 가져주시고 문화연대가 계속 힘을 낼 수 있게 후원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