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김병권, 책숲, 2020)
첫 문장부터 돌직구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을 펼치면 바로 만나게 되는 문장이다. 강의 때마다 여는 말로 잘 인용했던 아이슈타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미친 짓’(insanity)을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말은 너무나 명쾌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미친 짓’을 반복하고 있다. 바로 눈앞에서 뚜벅 뚜벅 걸어오고 있는 기후위기를 바라보며 ‘우리는 똑같이 살면서 기후위기는 멈춰야 한다는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 너무나 뻔뻔한, 미친 짓이다. 이 단순한 진실을 ‘인류’라 불리는 우리만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기후위기를 둘러 싼 우리들의 현실에 대한 경고문과 같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핵심이 ‘미친 짓’,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반복하고 있는 이 어리석음부터 바꾸는 것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이 책은 형식, 내용,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빨리 미친 짓을 멈추고 기후위기를 대응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책의 형식은 작고 가벼우며, 글의 내용은 매우 간결하고 명쾌하며, 전체 구성은 ‘질문과 답변 코너’처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이 책은 그린뉴딜에 낯선 사람들이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을 가장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자, 이제 책은 다 읽었으니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서 그린뉴딜을 실행하자”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 책이 간결하고 친절한 이유는 바로 기후위기의 절박함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들이 가볍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기후위기’뿐만이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를 함께 주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동시대의 해결책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한다. 저자는 그린뉴딜 정책이 기존의 환경운동이나 불평등 완화 대책, 또는 경기부양 정책과 특별히 다른 점으로 두 가지 위기(기후와 분배 위기)의 ”근본 원인이 현재의 경제 시스템 안에 있다고 보고 경제개혁을 통해서 기후위기와 불평등 위기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23)이라고 설명한다.
그린뉴딜 전략의 핵심은 “현재 경제규모- 생산과 소비의 대폭 감소를 통해서가 아니라, 화석연료의 폐기와 재생에너지 전환/효율화를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면서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자”(34)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의 오작동 한계와 생태적 한계라는 이중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이고 적극적인 그린뉴딜 정책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확실한 것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자원 동원은 경기를 대체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점이다.”(41)
이 책은 기후위기와 분배위기(불평등)라는 두 가지 위기 속에서 탄소경제, 4차산업혁명, 재생에너지, 사회투자, 교통과 운송, 주택과 도시, 노동자와 일자리 등을 경유하며 쟁점화한다. 그리고 그 쟁점들을 그린뉴딜의 관점에서 설명하고(근거를 제시하고) 핵심 전략으로 재구성한다. 그린뉴딜은 국가적인 경제사회구조를 바꾸는 전략이지만 “핵심은 기존 탄소 집약적 경제를 탈-탄소 경제로 전환시키는 데 있다.”(202)
그렇다면 1차 산업혁명 이후 오직 성장주의, 발전주의로 구축된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탄소를 들어낸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처럼 “에너지원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여전히 석유와 전기로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돌리고 있는 한 진정한 산업혁명은 오지 않았다”(204)며 “화석연료에서 해방되어 태양과 바람을 곧장 이용하여 산업과 도시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3차 산업혁명’이 될 것”(204)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그린뉴딜 뒤에 남겨진 숙제들”을 통해 ‘탄소세의 역할’, ‘고용보장(완전고용)이냐, 소득보장(기본소득)이냐’, ‘그린뉴딜 재원과 현대화폐이론의 수용 여부’, ‘탈성장이냐, 녹색성장이냐’, ‘저탄소 전환과 채식주의’ 등의 무거운 이슈들을 제시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린뉴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토론이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다루어야 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가 곧 위기의 해결책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우리의 행동 습관을 바꾸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209) 저자가 두 번이나 인용한 그레타 툰베리의 말처럼.
* 이에 대해서는 『글로벌 그린 뉴딜』(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20)을 참고
기후위기 앞 도서관
이미 도착한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독서와 실천적 책 읽기를 모색합니다.
글쓴이 : 이원재 _ 문화연대 기후위기운동모임 ‘Still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