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데이비드 콰먼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 됐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사회적 충격만큼,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의 삶은 “코로나19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예측 혹은 경고하며 슈퍼바이러스를 통한 재난사회의 일상화, 비대면 온라인 소통 중심으로의 급격한 전환 등을 언급한다. 흥미로운 아니 우려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한 뜨거운 관심들에 비해 ‘코로나19를 마주하게 된 삶의 원인’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삶’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 그리고 코로나19를 마주하게 된 본질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비인간종에 대한 착취), 성장 중심의(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착취) 삶에 대한 성찰 없이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전망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일상으로 초대한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슈퍼바이러스들에 대한 대비와 미래에 대한 예측만을 쏟아 놓는 지금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철저한 인간 중심주의적 세계관, 오직 경제 환원주의와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욕망, 새로운 기술과 인간의 지식이 위기를 극복해 줄 것이라는 마술적 기술중심주의... “과연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에 다른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바로 이 질문 앞에서 코로나19와 기후위기(슈퍼바이러스의 시대와 기후위기의 시대)는 만나게 된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데이비드 콰먼 DAvid Quammen, 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2017)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치 예언서처럼 다시 주목받게 된 책이다. 과학저술가인 데이비드 콰먼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National Geographic>의 고정 필진으로 전 세계의 정글과 늪지, 고산지대와 외딴 섬을 누비며 생태학, 자연사, 질병, 진화 등이 접목된 기사와 책을 써왔다”. 이 책은 전염병에 대한 그의 방대한 경험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왜 현대의 전염병들이 인간의 삶의 양식에서 도래했는지”를 ‘인수공통감염’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종간전파 Spillover’라는 원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콰먼은 모든 전염병은 인간의 지나친 탐욕, 다시 말해 자연과 비인간종에 대한 인간의 ‘과잉된 침입이 흘러넘쳐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에볼라(1976), 에이즈 바이러스(1981), 헨드라(1994), 조류독감(1997), 웨스트나일(1999), 사스(2003), 돼지독감(2009) 등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팬데믹 Pandemic의 원인과 흐름을 ‘1994년 9월 브리즈번 북쪽 변두리 지역의 말들’에서 시작하여 ‘1993년 미국의 애벌레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사건과 자료들을 통해 공유한다. 그리고 콰먼은 분명하게 말한다. “질병들이 번갈아 계속 찾아오는 현상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각의 질병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들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51)
그렇다면 우리가 “저지른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류의 활동이 대재앙을 초래할 만큼 빠른 속도로 자연 생태계를 붕괴”시켰으며, 이 때문에 다른 동물에만 기생해 왔던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 및 기타 미생물을 포함하여 수백만 종의 병원체가 (인간이 유발시킨)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점점 많이, 점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콰먼은 “야생동물들을 눈여겨보자. 이들을 포위하고, 구석으로 몰고, 몰살시키고, 잡아먹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질병에 걸리는 것이다”(57)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하여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식의 관점은 여전히 인간 중심적이며 낭만적인 접근이다. 새로운 바이러스들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류를 공격하거나 복수하지 않는다. 콰먼은 “바이러스에게 종간전파를 일으킬 기회가 많이 주어질수록, 새로운 면역계에 대항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일이 늘어날” 것이며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상황이 무작위로 벌어진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서식지 교란, 고기를 얻기 위한 사냥, 동물 숙주 안에 도사린 낯선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노출, 이런 것들은 생태학이다. 그것은 종과 종 사이에서, 동물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오로지 그런 차원에서만 보아야”(430) 한다.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의 의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분명 다르지만, 인류가 마주한 명백하고 심각한 위기라는 점 그리고 이 위기들을 초래한 것이 바로 우리들 자신의 삶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역시나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한 숲과 야생 생태계를 침입하여 물리적 구조와 생태학적 공동체를 파괴해 왔으며, 지금도 계속 파괴하고”(643) 있다. 사실 “‘자연계’라는 것은 없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그릇된 용어에 불과하다. 그냥 세계가 있을 뿐이다”(647)라는 콰먼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슈퍼바이러스 시대와 기후위기 시대를 마주한 인류에 대한 거대한 경고이자 동시에 새로운 전환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앞 도서관
이미 도착한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독서와 실천적 책 읽기를 모색합니다.
글쓴이 : 이원재 _ 문화연대 기후위기운동모임 ‘Still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