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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대중화, 문화적 의미를 묻다

[스포츠와 문화] 일상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의미와 문화적 맥락①

by 문화연대
[스포츠와 문화]는 일상의 문화로 자리잡은 스포츠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합니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현상과 사회적 의미, 나아가 정책적 쟁점까지 짚어보는 비정기 기획 칼럼입니다.


스포츠의 대중화, 문화적 의미를 묻다


Ⅰ. 서론: 스포츠를 문화로 읽는다는 것

스포츠를 문화(연구)적 맥락에서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스포츠를 문화로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신체 활동이나 경기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를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문화적 텍스트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이동연은 『문화연구와 스포츠: 대상과 방법에 대하여』에서 “스포츠는 대중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문화텍스트이며, 스포츠의 다양한 사건과 현상 안에는 당대 사회의 문화적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의미가 생산된다”고 말한다. 이는 스포츠가 단순한 오락이나 경기의 차원을 넘어 사회화와 이데올로기 과정, 제도적 작용을 모두 포괄하는 현상임을 강조한다.


또한 동시에 우리는 스포츠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는 언제나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행위에서 출발하며, 그 움직임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덧입게 된다. 따라서 스포츠를 문화로 읽는 일은, 곧 인간의 몸과 움직임을 사회적·문화적 코드로 해석하는 일이기도 하다.


Ⅱ. 생활스포츠와 문화적 일상화 ― 몸의 움직임이 만드는 문화

오늘날 사회환경의 변화와 생활 기반의 안정은 여가 시간을 늘려주었고, 이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러닝크루, 테니스, 배드민턴 등 생활스포츠의 확산은 스포츠가 단순한 건강 관리 차원을 넘어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포츠를 TV 중계나 대회장 안에서만 소비하지 않는다. 직접 몸을 움직이고, 동호회나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움직임 자체가 곧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함께 뛰고, 함께 라켓을 휘두르고, 같은 공간에서 땀을 흘리는 경험은 언어 이전의 신체적 교감으로 이어진다. 스포츠가 문화로 기능하는 순간은 바로 이 몸의 움직임이 공동체적 감각을 만들어낼 때다.


도시 공간 역시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한강변 러닝, 도심 속 자전거 인프라, 공원과 체육 시설의 활성화는 도시의 생활 양식 자체를 스포츠화한다. 반대로, 스포츠 활동은 도시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몸의 이동 경로가 곧 도시의 문화적 지도를 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일부 생활스포츠 동호회에서는 배타성과 비매너 논란이 발생하며, 이는 스포츠의 공동체적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Ⅲ. 스포츠 소비와 문화적 위상

생활스포츠의 확산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낸다.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자전거, 러닝화, 테니스 장비 등은 단순한 기능적 도구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기호가 된다. 이는 스포츠가 자기 표현의 수단, 때로는 과시적 소비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스포츠’의 또 다른 양극화를 발견한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국가적·엘리트 스포츠가 집단적 정체성과 애국심을 동원하는 반면, 생활스포츠는 개인화된 소비와 취향, 자기계발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두 흐름은 서로 대립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포츠가 가진 복합적 의미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스포츠는 단순한 취미나 오락을 넘어 문화적 소비재이자 사회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Ⅳ. 스포츠와 ‘스펙타클 이미지’

기 드보르가 제시한 ‘스펙타클의 사회’ 개념은 오늘날 스포츠의 대중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 드보르는 현대 사회를 “이미지와 볼거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정의하며, 광고와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관계가 이미지화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다.


스포츠 경기는 언제나 거대한 볼거리를 동반한다. 경기 중계 화면, 경기장 광고판, 팬들의 응원과 열광, 선수들의 이미지, 언론 보도는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 이상의 문화적 현상으로 만든다.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구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SNS에 공유되는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등은 스포츠가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기호’로 소비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가 문화적 상징 체계로 기능하며, 사회적 욕망과 정치적 효과, 자본의 논리까지 매개하는 장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특히 전문 스포츠를 관람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예능 프로그램 등 대중 친화적인 콘텐츠에서 스포츠는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집중적인 볼거리 경험을 넘어, 스포츠의 스펙타클과 ‘기호’는 우리의 일상과 생활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가 단순히 일방적으로 보여지는 대상이거나 선수와 팬 사이의 단순한 관계를 넘어서, 다양한 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지니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스포츠는 이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 다층적 의미를 가지는 복합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Ⅴ. 결론: 스포츠, 몸과 문화의 교차점

결국 스포츠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와 문화적 상징, 소비와 제도, 미디어와 정치적 효과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문화 현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해석의 출발점은 언제나 ‘몸의 움직임’이다. 달리기, 점프, 공을 던지고 받는 행위, 땀 흘리며 호흡하는 경험은 스포츠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기 전부터 존재하는 원초적 층위다.


이 신체적 움직임은 문화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번역된다. 경기장에서의 환호, 유니폼에 담긴 상징, 장비 소비의 차별성, 도시 공간을 따라 형성되는 러닝 루트까지—모든 것은 몸의 행위가 사회적 기호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스포츠를 문화로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의 움직임이 어떻게 의미 체계와 상징적 구조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따라서 생활스포츠의 확산은 단순히 건강한 여가활동의 증가가 아니다. 그것은 신체 움직임을 매개로 새로운 공동체와 관계망을 만들고, 도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문화적 실천이다. 스포츠는 결국 움직임과 문화적 의미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사회와 인간, 그리고 문화가 맺는 관계를 더 깊이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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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3.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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