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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Nov 25. 2020

2009년 용산참사(기억과 성찰)
기억관을 준비하며


서울 용산4구역.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    


용산참사 당시 용산4구역 남일당 건물 위 망루 속에서 화마와 공권력에 싸우던 철거민들 중 5명은 죽었고, 다수는 부상을 당했으며, 대부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9년 법무부 산하<검찰과거사위원회>는 용산참사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부실수사와 강제부검 등에 대해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검찰총장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는 권고를 내린다. 그러나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검찰 그 누구로부터도 단 한마디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      


책임자 처벌은커녕 사과와 재발방지 조차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검찰. 정부(법무부) 공식 위원회의 재조사 결과와 권고를 검찰조차 무시하는 사이, 살인진압 작전 지휘 책임자인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다시 2009년 그 날이 와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는 막말을 했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 또 다시 국회의원(경북 경주) 배지를 달았다.      



다시 2년이 더 지나고 이제 곧 용산참사 12주기가 다가온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죽음과 싸우던 철거민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용산참사 현장에서 경찰의 곤봉과 뜨거운 불 속에서 살아나온 철거민은 은둔자가 되었다.

철거민의 대다수는 금덩어리 땅이 되어버린 용산4구역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10년 1월, 서울시의 사과를 시작으로 아주 많이 늦은 장례를 치렀고, 냉동고에 갇혀 꽁꽁 얼어버린 시신을 1년여 만에 마석모란공원에 모실 수 있었다.      


그리고 용산4구역은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시공사와 재개발조합 간 재정문제의 이견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철거민들이 살던 가게와 집들을 모두 철거하였다. 공권력까지 동원하여 결국 참사가 일어난 그 불모의 땅은 5년간 빈 공터로 공사장 펜스에 가려져 있었다. 이후 서울시의 협업으로 전문코디네이터가 붙었고 새롭게 개발계획서가 만들어지면서 2015년 시공사변경과 함께 공사는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2015년 서울시는 <용산참사 기억과 성찰위원회>를 꾸려 용산참사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는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백서발간 준비 과정에서 추모수목을 하려던 참사현장 자리가 공원부지에서 도보 길로 용도 변경되면서 서울시의 제안으로 추모수목이 아니라 용산4구역 내 공공공간에 추모공간조성을 해보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 내용은 백서발간 2년 후 2017년 용산참사 8주기에 맞춰 서울시에서 발표했다.     


지난 11년간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매년 1월 20일에 맞추어 추모기간을 정하고, 추모제와 추모전시회 등을 진행했다. 이 때 전시되었던 전시작품과 서울시가 별도로 모았던 용산참사 관련 기록물을 정리하여 추모공간을 구성하기로 하였다.     


용산참사 추모공간의 이름은 [2009년 용산참사(기억과 성찰) 기억관]이다. 전시 공간 내부에는 매년 용산참사 추모전시를 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되어있고 용산이라는 땅의 변천사가 시간대별로 정리 되어있다. 시간대별 변천사는 용산참사로 끝을 맺고 있다. 또한 이 공간 곳곳에는 용산참사의 흔적들이 은유적으로 숨어있다. 보려면 보이지만 그냥 보면 알 수 없는 그런 비밀스런 진실이다.                 


<2009년 용산참사(기억과 성찰) 기억관>만 생각하면 좋은 일이지만 처음 완공을 앞둔 용산4구역 답사 때 느꼈던 답답함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다. 아니 좋은 일이라 말할 수 없는 일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과 참사현장(남일당) 그 자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추모관을 여는 것은 다시는 공권력으로 국민들의 목숨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철거민들의 삶의 애환을 기억하고 금싸라기 땅으로 변한 용산4구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속에 이들의 삶이 구성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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