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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r 30. 2021

이윤기 추모 1주기 전시를 준비하며

“숲의 끝에 멈추다”

지금부터 1년 전 지난해 3월, 판화작가 이윤엽은 이윤기가 위독하다고 다급히 소식을 알렸다. 아프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는데 위독하다니 마음이 몹시 안 좋았다. 이윤엽은 파견미술팀이 모이는 자리에서 가끔 이윤기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이윤기가 병원에 가기 위해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고 있는 똥파리라는친구에게 운전을 부탁했었는데 본인 몸보다 똥파리의 알코올 중독을 더 걱정했다며 웃기는 놈이라고 걱정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윤기는 1년간의 암 투병 끝에 지난해 마흔 여덟의 나이로 접히고 말았다. 그는 결혼 한지 5년쯤 되었고 그에게는 3살짜리 예쁜 아기가 있었다.  



이윤기의 죽음이후 친구들은 힘을 모았다. 작품을 정리하고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했고 그의 유작들을 파일로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냈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작업한 결과물을 추모1주기에 맞추어 선보이기로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혹시나 이윤기의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전시에 함께 해 달라고 부탁했고 연락을 받은 지인들은 모두 흔쾌히 작품을 보내왔다.      


전시를 준비하는 회의 시간은 이윤기와의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고 서로가 다르게 기억하는 이윤기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이윤기는 동그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조용하게 말이 없고 너무도 착한 사람이고 나와 함께 현장작업을 했던 파견미술팀이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이야기 한다.     


제1기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의 습작기 작품도 있으나, 그가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주제는 ‘사람과 일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화성, 수원으로 돌아와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 시기는 그가 본격적으로 어떤 주제를 심화시켜 나갈 것인지를 탐색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제2기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다. 주제는 ‘목리․생명․그물코’. 선후배 작가들과 화성시 동탄면 목리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창작촌을 일구고, 동탄2지구 개발로 그곳을 떠날 때까지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 시기에 그의 많은 대표작들이 쏟아졌다. 그는 가난했으나 온전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동료들의 창작활동과 연대하며 깊이 천착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는 이 시기 몇 개의 큰 사회적 사건들과도 마주했다. 2003년 조각가 구본주 작가의 교통사고 사망에 따른 삼성화재 보상 문제(보험사는 예술가의 창조노동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추리와 도두리에서의 예술행동, 2009년 동탄2지구 신도시 개발로 쫓겨나고 사라진 목리창작촌. 그의 미술이 생명의 미학과 만나고,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 국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들이었다. 이 시기의 작품들에는 그런 그의 미학정신이 깊게 침윤되어 있다.     


제3기는 그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2010년부터 작고할 때까지다. 주제는 ‘이주․공동체․연대.’ 그는 목리를 나와 헌집을 구해 작업실로 꾸렸으나, 삶의 지속을 위한 생활력 키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 작업실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는 그 시간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다가 입주한 경기창작센터는 그의 미술세계가 크게 숨통이 터진 시기였다.     


그의 스승이기도 한 최춘일 센터장과 함께 한 시간들이었고, 센터장이 작고한 뒤에는 봄날협동조합을 생성하고 그 이름으로 새롭게 만난 협동조합 예술가들과 다양한 문화예술기획을 펼친 시기였다. 이 시기에 그는 힘찼고 밝았으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0년 <숲의 끝에 멈추다> 이후의 개인전은 일시 멈춤 상태였다.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시간만큼이나 그는 오롯이 다시 자기 스스로를 내 보일 수 있는 개인전을 끝내 열지 못했다.     


전시장 구성은 이 세 시기를 구분하여 1층은 그의 초기 작업과 캔버스 작업 대부분을 정리해서 구성했고 이 또한 시기별로 구분지어 전시했다. 2층 1전시장은 2기 때의 작업으로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구성했고 2전시장은 3기 때의 작업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의 작업을 돌아보다보면 이 작품들이 모두 한 사람이 그린 걸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작업풍이 다양하다. 또한 그의 친구들이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하는데 그가 친구들을 좋아하고 또 그 친구들의 영향을 조금씩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림을 찾아가기 위해 부단히도 고민하고 힘겨웠을 그가 보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웃으며 그를 기억하고 눈물지으며 그리워한다. 이윤기의 짝꿍 양지의 시간에 함께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웠다. 그러나 해마다 봄이면 추억해야 할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남에 서럽게도 슬픈 시간이다. 



이윤기 1주기 추모전 숲의 끝에 멈추다” 개막

- 1990년대 초반부터 2018년까지, 25년 간 제작한 300여점의 작품 선보여     

• 전시장소 수원미술전시관

• 전시기간 : 2021. 3. 23.() ~ 4. 5.()

• 전시개막 : 2021. 3. 23.() 16

• 좌 담 회 : 2021. 3. 27.() 16. “예술가의 사회적 삶과 창작

• 작품집출판 헥사곤 한국작고작가선 001 – 이윤기 197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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