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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Jul 28. 2021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실종된 문화공공성

공공성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

‘이건희 컬렉션’을 둘러싸고 다양한 쟁점들이 발생했다. 작품의 미학적·경제적 가치에서부터, 소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전국 30여개 지자체가 경쟁하는 상황까지 번져나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영역은 바로 “공공성”부분이다. 특히나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의 건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7명의 전문가와 공무원들 간의 비공공적인 논의 절차와 의사결정은 분명한 논쟁지점이라 할 수 있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오늘날 공론장의 주체는, 비공공적으로 논하는 소수전문가들과 공공적으로 수용하는 소비대중으로 분열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공공 영역에서 비판적 의사소통 구조를 활성화하는 기획이 중요하며, 공공 영역이 국가에 의해 주도되거나 승인 받는 형태 혹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실에서 결정되는 경우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민주적인 공공성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때 실현되는 가치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에서의 “공공성”은 누가 정의하는가.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과 관련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부터이다. 이에 더해 각 지자체에서는 ‘대시민 문화예술 서비스 확대’와 같은 구호를 공공성의 근거로 인식하고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평가와 조사 이전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익성 중심으로 공적 가치를 부여했다.

최종적으로는 2021년 7월 7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건희 기증품’ 활용의 4대 기본원칙으로 (1)국민의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 (2)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 (3)전문 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 (4)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를 제시하고,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2곳을 선정하면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에 대한 공공성은 국가 주도로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공공’의 개념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앞서 국가주도 공공성의 경우도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로서의 국가,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여 공익을 실현하는 주체로서 국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국가와 관련된 활동을 공공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말하는 “공공성”은, (오늘날)공공성 실현의 주체들이 다양해졌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 공동체가 직면하는 각종 공공 문제를 공동체 전체의 이익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짐을 전제한다. 특히나 “문화공공성”은, 자본주의화와 이윤추구의 장으로 인해 사적이며 소비 영역으로 인식되는 문화를 시민들의 권리의 영역이자 사회공공영역으로 복원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 논의는 국가 기증품과 미술관이라는 공공시설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과 방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공성” 또는 “문화공공성” 관점에서의 논의가 전무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절차의 일방성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긴급 공고’로 게재한 “기증품 특별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 발주와도 연결된다. 과업 배경은 △국가 기증 취지를 존중하고 기증관 설립을 통해 대외 문화강국 이미지 도약 계기 마련, △기증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기증관을 건립하여 국민의 문화향유와 접근 기회 확대, △국가 기증품에 대한 연구와 각종 아카이브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융복합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방향 제시이다. 과업 목적 및 내용도 과업 배경에 맞춰 기증품 특별관 건립 예정 부지를 검토, 기본계획 수립, 운영에 대한 기본구상,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대기업가의 컬렉션 기증 이라는 서사성과 일차원적인 개념으로의 향유권 확대 그리고 시설 건립이라는 스펙타클 등에 가려져,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을 둘러싼 사회 문제가 의제로 선정되지 못하였고 이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공영역’의 공간 축소되거나 형성되지 못했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건립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 비공개, 서울 중심의 건립 부지 선정의 적정성 문제, 개인 컬렉션의 특별관 건립으로 국유재산이 상징적으로 사유화 되는 지점, 삼성가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행위와 수집 과정에서의 사회적 쟁점 등이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기증 인건희 소장품관>이 "공공성"차원에서 사회적으로 충분히 소통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에서부터 넓게는 공공미술품과 공공시설에 대한 “공공성”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국민의 문화향유 접근 기회 측면에서 시설 명칭에 개인의 이름을 적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대부분의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 또 공공문화시설이 건립되는 것이 누구를 위함인지, 국가 기증품에 대한 활용과 성격 그리고 국공립 문화시설은 어떤 공공성을 지녀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공공성 측면의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나아가 시민들의 권리의 영역으로 “공공성”과 "문화공공성" 그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로까지 쟁점을 확장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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