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
한국의 기후운동은 지금 막 형성 중이라고 한다. 2019년 이전에도 정부의 기후정책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시민운동이 있었고 2010년에도 기후정의를 내걸고 기후정의연대가 결성되기도 했지만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19년부터 세계적인 기후운동의 영향을 받아 사회운동으로 기후정의운동이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인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넘어서는 것을 지향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시장주의와 기술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변혁을 추구해야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이 필요함을 역설하는데,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이란 무엇일까 혹은 무엇이어야 할까.
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기후정의운동에 대한 ‘사례 및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나 에너지 자유화와 같이 기후정의운동에서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부분, 마지막으로 에너지 산업 (재)공영화와 국민기후 일자리와 같이 기후정의운동을 위한 ‘대안 및 제시’이다.
필자가 집중하고 있는 활동 영역이 에너지 민주주의와 에너지 주권이어서 인지 기후정의운동에 대한 사례와 전략 또한 에너지 중심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우리 삶에 있어 에너지를 단순히 자원으로 한정하는 것을 넘어, ‘기업 권력과 시장 근본주의’에 의해 에너지 산업과 관련 노동 영역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생)에너지 사업의 사유화(민영화)’인데, 이와 같은 에너지 산업에 있어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는 설비나 송배전망을 ‘모두 공공적 소유’로하고 에너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노동조합의 ‘노동권을 강화’하고 ‘시장 기반 메커니즘을 거부’하며 ‘화석연료자본의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해야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체제에 대한 급진적 전환과 관련 운동에 대한 사례 및 전술 그리고 그에 따른 대안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의 배경이나 근간이 되는 가치에 “정의로운 전환”이 등장한다. 필자는 “기후정의운동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여러 운동의 연합’이라고 말하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를 과감히 버리고 문화적 혁명에 대한 상을 통해 생활양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실질적인 변혁과 과정의 접근법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과 그것이 지향하는 궁극적 방향에는 여러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커다란 자선단체와 각종 재단들이 기금을 들여 기업과의 파트너쉽을 강조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시키기도 한다.(주류화) 반면, 노동운동이나 환경정의운동 측에서는 노동 문제뿐만이 아니라 문화, 젠더, 인종적 부정의 문제에도 적용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도 연결시키고 있다.(급진화) 이에 다양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기준과 평가가 필요해졌기에 이를 ‘(1)비전 및 미래 사회상’, ‘(2)정치·경제적 기반’, ‘(3)노동운동의 전략’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구분한다. 다음으로 이런 구분법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의 지향과 방법론 측면에서 ‘(4)생태적 현대화와 생태적 사회주의’로 정리하여 제시한다. (p.193)
(1) 비전 및 미래 사회상
① 현상 유지형 정의로운 전환 : 녹색성장과 기업 주도의 전환을 통한 저탄소 사회를 추구
② 개혁관리형 정의로운 전환 : 기존 경제체제의 헤게모니에 도전하지 않고 노동자에 대한 형평성과 정의를 개선하는 방식
③ 구조개혁형 정의로운 전환 : 에너지 체제의 구조적 개혁 중시, 분배적·절차적 정의 중시, 노동자와 시민이 중심이 되어 민주적 정책 결정과 민주적 참여 경제 실현
④ 변혁형 정의로운 전환 : 사회·환경 위기를 야기한 기존의 정치경제 체제를 통째로 바꿔야하는 급진적 사회운동 관점
(2) 정치·경제적 기반
① 신자유주의적 대응 : 시장 실패. 기업과 시장 중심의 사회·경제 질서를 용인하고 새로운 시장 제도를 통해 시장 실패를 교정_국제기구나 각국 정부가 추진
② 생태적 현대화적 대응 : 시장 실패. 녹색 케인스주의적 접근법으로 국가의 개입 정책과 시민들의 참여(소비자 중심) 강조_국제적 노동조합이나 환경단체들이 추진
③ 사회·생태변혁적 대응 : 시장 실패가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의 실패. 근본적 변혁_급진적인 노동운동이나 기후정의운동이 추진
(3) 노동운동의 전략
① 사회적 대화 : 사용자, 정부, 노동자들 간의 협력이 국가적, 국제적, 지역적 수준 모두에게 추진되었다고 만족. 그러나 주류의 친성장 담론을 보완하는 하위 항목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음(ex. 괜찮은 노동)
② 사회적 권력 : 복합적인 사회 권력 구조의 변화 업이 이루어지는 손쉬운 승리는 불가능. 협소한 경제적 이해관계의 틀을 벗어나 경제, 환경, 불평등, 성, 인종 등의 장벽을 넘어서 사회운동적 성격 강화 필요
(4) 생태적 현대화와 생태적 사회주의(p.199)
- 자본주의 심층의 권력 구조까지 변화시키는 정치경제적 변혁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 : 생태사회주의형 정의로운 전환 바람직
필자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기후정의운동이 제기해야 할 핵심 요구가 무엇인지 답하기 이전에, 모든 요구와 정책은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힘’을 형성할 때만 유의미하게 관철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 한다. “정책안 자체보다는 대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헤게모니 형성이 더 중요하며 기후정의운동과 진보적인 세력을 확대·강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부상하는 사회 의제들은 과거 사회운동으로부터의 경험과 지혜를 빌릴 것이 많지 않다. 기후위기 또한 그러하기에 제목에서처럼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이 지니는 의미와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책을 선정했다. 책에서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보여주기보다 이전의 기후정의운동에 대한 개선점과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 급진적인 정책운동에 머무르지 말고 대중적인 사회운동을 통해 ‘새로움’을 상상하여 기후정의운동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기후정의운동 방식에 대한 상상력은, 운동 방식에 있어서의 상상력일까 혹은 운동 내용에 있어서야 상상력일까. 방식이나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 기후정의운동에 있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언급하는 상상력은 현재 주어진 상황 안에서 펼칠 수 있는 ‘제한된 상상력’은 아닐까. 그렇다면 ‘제한된’ 상황을 ‘구체적’상황으로 인식하여 실질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상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구조주의적 관점의 체제 전환을 넘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서의 '삶의 방식과 양식을 전환할 수 있는 문화적 혁명'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문제의 공감’을 시작으로 그다음 단계에서는 ‘문제의 해결’로 나아갈 수 있는 상상력이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이 아닐까 싶다.
기후위기 앞 도서관
이미 도착한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독서와 실천적 책 읽기를 모색합니다.
글쓴이 : 김재상 _ 문화연대 기후위기운동모임 ‘Still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