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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ca n Oct 09. 2021

그래서 내(네)가 원하는게 뭔데?

일상과 여행지의 사이에서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것을 가슴에 품고 산다.

.

누군가는 그것을 스스로 명확하게 인지하고,

구체적인 상으로 그리면서 그것을 얻거나 만들어내기 위한 계획과 실천을 한다.

.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렴풋하고 뿌연 상태 속에서

일종의 무의식처럼 침잠시켜놓는다.


대체로 그런 경우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이 따르지 못하고, 그 시도 역시 작심삼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여러가지 목표와 계획, 실천을 해보면서 살았지만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방향이 애초부터 잘못되어 있었거나, 하다보니 점점 엇나간 경우가 꽤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일련의 '목표 달성'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개인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를 핑계로 삼아, 자포자기하는 것들을 모두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그마한 것부터 출발해 삶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의지 외에도 정말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까닭에, 실패와 좌절, 성과와 반성 모두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에 관한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의 영역 밖의 요소로 인해 실패와 좌절, 성과와 반성을 겪어봤던 까닭이기도 하다.



앞서 살아갔던 선배들은 하나같이 "삶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라고들 한다.  

그러면서 또 "계획을 해야 무언가를 실천하고 이뤄낼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두가지 상반된 말을 들으면 '대체 이게 뭔 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고, 둘 다 맞다고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후자인데, 두 가지 말 모두 맞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생각한대로 살지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과 연관이 깊다.


또 누군가는

"배가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것을 항해라고 하고,

  정하지 않고 떠 있는 것을 표류라 부른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행동과 주변을 인지하고, 그것들을 파악한 상태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경제적 부유, 건강, 학식, 명성과 인정, 존경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크게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 그러니까 계획이나 목표 성취라는 표면적 요소에 매몰되어서 그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몹시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고, 애초에 실천방법이나 중간목표 자체를 꿈이나 최종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직업(채용, 창업)이나 시험 합격, 재산의 증식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애초에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것이지, '어떤 방법'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으며, 그것은 여러가지일 수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중간에 바꿔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구체적인 목표를 인지하고 거기로 나아가는 여정에 있어서 계속 많은 선택과 변수를 만나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정확한 목표 설정'과 이를 위한 실천계획은 필수겠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바뀔 수 있는 방법에 해당한다.



 단적인 예로, 사람들은 '돈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해서 돈을 많이 벌기위한 노력(취업, 이직, 투자)을 하기도 하고, 돈을 아껴서 더 남기려 하기도 한다.


 나 역시 두 가지 모두를 다 해봤고 사실 방법론으로는 지금도 병행하고 있는데, 종종 그 방법에 매몰되어서 스스로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행복하지 못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나의 계획이나 기준에 맞지 않는' 상태나 그런 사람에게 결과적으로 압박을 주기도 했고, 그로 인해 나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돌아오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때때로 '보다 큰 성과'를 위해 지금 더욱 노력하거나 억눌러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역시 어느 상황에서든 무조건 옳은 방법은 아니며, 다른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다른 방법을 취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계획과 방법에 매몰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치기도 한다. 





해서, 나의 최악의 흑역사는 이랬다.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와 떠났던 한 여행지에서 우리 둘 다 생각지 못한 변수와 실수가 발생했다. 그와 맞물려 계획에 차질과 위협이 생기기도 했고, 때로는 너무 일정을 빡빡하게 세워서, 내지는  이런 것들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으로 스스로를 빠뜨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었다 할 지언정, 어느 것 하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변수와 실수였다. 나를 비롯해 그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었음에도,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계획이나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무엇인지, 누가 만들었는지를 찾는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다.


 또 그러면서 매우 감정적으로 행동했고, 이 일련의 미숙함은, 당면한 문제의 해결이나 나 자신의 감정,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서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주관에만 치우쳤다.


 때로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순간은 언젠가 필요로 하겠지만, 그것은 '방법'이니 때에 따라서 다른 방법을 고를 수 있었는데, '여행'과 '함께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한 게 결국 큰 흉터로 남았다.

(그리고 돌이켜서 생각했을 때,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부터 잘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 밖에도 일상을 살아가면서 '더 좋은 직장(안정, 명성)'을 갖게 되면, 돈을 더 많이 벌게되면...

그렇게 생각하고는,  지금 이순간에 충실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택하는 게 아니라 계속 '미래를 기약하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조급하거나 마음이 가난하게 살아왔다.


아주 단편적인 시간들, 그저 한때라고 스쳐지나간 줄 알았던 매순간마다

"그래서 네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제 가슴 한켠에 이 질문을 담아두고 한 번씩 생각해본다.


내가 살면서

진짜 원하는 것, 지켰으면 하는 것, 바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무엇이 방법이고,

어떤 것이 진짜 목표인지 말이다.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설령 지금 당장은 그게 목표처럼 보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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