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시작이자 올해 마지막 날,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쏘이며 사무실에 다녀올 요량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 연휴 전까지 음악을 위주로 들었던 것 같아서, 오랜만에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실행했는데요.
마침 말로만 듣던 <돈의 속성> 책의 오디오클립(오디오북)이 기간 한정으로 공개되어있어 잠시 들어봤던게 생각났습니다.
네이버가 상당히 영리하더라구요. 지금 90일 판이 50퍼센트 할인, 영구소장도 일부 할인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분량이 무료 7시간 남짓이라... 엄두가 나질 않더라구요. 원래 예정했던 책도 아니라서, 고민하다 우선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e북을 추가구매했고,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이번주에 들어 완독을 했어요. 누구나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짜여진 글이라 시간을 들이면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어디에 투자해라, 아껴 써라, 뭐해라 저래라. 이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인문, 철학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요. 저자도 자서의 성격에 대해, 그리고 돈에 대해서도 그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한참 듣고 나서, e북을 구입하려 ㅇㅇ문고에 접속해보니, 제가 초반부부터 공감 갔던 내용들이 거기에서도 중점적으로 카피로 쓰는 문장이더라구요.
사실,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반성하게 만든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는 돈에 대해 사람과 같이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즉 이건 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존중하는 것은 물론, 그에 맞게 귀하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최근을 돌아보니,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돈을 아끼는데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었어요. 때로는 우선순위를 잃은 것처럼, 심할 때는 맹목적으로 돈을 아끼는 것처럼 굴었어요. 그러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내가 왜 그랬나 싶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돈=시간=(교환)가치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돈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다고 여겼는데, 사실 그래서 돈을 모으고 아껴서 무엇을 하려는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겁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남의 돈, 그리고 공적자금과 세금(우리의 돈), 회비(함께 모은 돈)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자신의 돈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돈들을 대할 때, 돈에 대한 자신의 진짜 태도가 나온다고 서술하면서, 우리 돈, 남의 돈도 내 돈처럼 귀한 줄 알고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남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내 돈을 대하는 태도라고 안내하죠.
여기에 대해서 전혀 이견이 없고, 저도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해오면서 공적자금, 여러 사람의 회비를 대해온다고 생각했는데요. 각자 가지고 있는 돈과 수입이 비슷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지점들이 있다는 것을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모든 것을 저라는 개인의 기준에 맞춰 생각하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 실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다 보니 이런 부족한 생각과 태도 때문에, 다른 사람들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거나, 그 사람의 가치에 걸맞게, 귀하게 대하지 못하는 일들도 있었죠.
사실 저는 근 3년 사이에, 그러니까 30대에 접어들고 나서야 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실은 차일피일 미뤘었어요. 취직을 하게 되면... 군대 전역하면... 정규직이 되면...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 등등, 20대 초반에는 세상 물정을 몰랐고, 정말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신용카드를 함부로 쓰고, 지출을 관리하지도 못했어요. 마치 평생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살았다고 할까요. 철학은커녕, 돈에 대한 생각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나름대로 돈 관리를 한다고 여겼지만, 그것도 구체적이지도, 꾸준히 실천하지도 못했어요. 저자는 여기서 수입이 적다는 것은 핑계라도 쓴소리를 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관리하고, 신용카드를 없애는 기본적인 자기 관리와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종잣돈(seed money)을 모으는 것의 중요성도 함께 알려주죠. 단순히 원인과 이유와 방법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나름의 철학을 기준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돈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돈에 대한, 재산과 빚에 대한 충격적인 사건이 생기면서 제 생각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던 거죠. 제가 입주했던 전셋집이 주인의 부실한 관리 등으로 경매에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어요. 심지어 그전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살았던 터라,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는데, 졸지에 빚쟁이가 된 것이었죠.
물론 불운도 한몫했겠지만, 제대로 고민하고 알아보지 않은 제 탓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몇천만 원짜리 정말 쓰리고 아픈 수업을 했다고, 돈이 뭐 대수냐, 내가 잘못해서 날린 것을... 그렇게 멘탈을 다잡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비슷한 시기에 가족 중 한 명도 제 집의 집주인처럼 재산 부실관리로 인해 세입자와 마찰이 생겼었어요. 이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이는 상황을 보면서, 특히 자기 재산과 빚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무리하다 주저앉는 사람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된 그 무렵부터 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참, 수업료야 비쌌다 치지만,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 수준밖에 안됐는데 말이죠. 저자의 표현처럼 ‘유치원생 걸음마 수준의 상태에서 자신이 대학생쯤 된 줄로 안다’는 상태였던 모양입니다. 가장 위험한 상태 말이죠.
본 서에서는 앞서 저자가 서술한 ‘인격체’로서의 대우부터 시작해 돈에 대한 철학과 인문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그래서 빚이 무엇인지, 리스크란, 대체 주식은 무엇이고,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결국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돈을 좇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생각하고, 잘 관리하는 것, 잘 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돈의 속성>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말에도 돈돈 거리면 돈다는 말이,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나름 맥락을 같이 하는 말이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사람을 주변에서 좀 봤었고... 저도 자칫 비슷한 패닉 상태에 들어갈 뻔한 경험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가난은 정말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저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습니다. 사실 그게 저를 조바심 나게 하고, 사람을 때로는 지질하게, 어떨 때는 치졸하게 만들기까지도 하거든요. 평소에 잘 관리하고, 올바른 철학과 생각,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뭐에 씐 상태가 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이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마음건강과 재무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오는데, 사실 저는 마음건강을 제대로 못 챙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잠깐 언급하는 독서와 명상도 제대로 하지 못했거든요. 그렇지만 결코 돈이 이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저자도 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과 돈에 대한 철학이 정리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뜨끔했던 부분이 또 있는데요.
저자는 “하루아침에 빨리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라”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사실 주식 장기투자에서도 중요하게 강조되는 말인데, 그만큼 조급해지고 섣부른 오판을 하기에 너무나 쉬워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가 이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장기적이고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이, 그 꾸준한 시작은 최대한 빨리(정확히는 일찍) 해야 한다는 점이죠.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는, 위에 기술한 것과 같이 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식 정리와 ‘집안 물건 정리’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이 부분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이밖에 돈을 관리하는 법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와 대략적인 방향은 본서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디오클립 기준으로 77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의 분량은 4~10분 정도 되니, 사실 천천히 듣는다면 오디오클립도 나쁘지 않겠다 싶네요.
책의 내용은 매출 2조 원의 자산가가 쓴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쉬운 말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습니다. 지금 어느 위치이든, 수입이 어떻든, 각자에게 도움이 되고 생각해볼 말들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