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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다은 Dec 04. 2024

[에세이] 허튼 수작질, 끌어내려야

지금의 시대에서 시민이 지켜야할 것은


비상계엄. 12월 3일 10시 25분경, 밤늦은 시간에 선포된 무게가 닿은 순간이었다. 하늘은 더 낮아 보였고 사람들의 심장은 무거운 진흙을 밟듯 더딘 박동을 느꼈다.

그러나 이 무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겨우 6시간. 해제되기까지 결코, 짧지 않았던 간격 속에서, 국민은 깨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잠들었던 게 있었다. 이때 깨어난 것은 불안이되 분노였고, 잠든 것은 저들의 무능한 회로선이었다.     


이 비상은 갑작스러운 천둥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허공 속에서 날카롭게 깎이고 있던 칼날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의 경호처 법 개정이 그 첫 윤곽이었다.

자신들의 권력을 손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필요한 빗장을 세워둔 일이었다. 거기에 충암고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거대한 동맹의 얼개가 드러났다. 이 모든 흐름은 한낱 우연이 아니었다.     


이들은 폭설을 핑계로 정원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쌓였던 눈은 녹았고, 흙은 그들의 발아래 진창으로 변했다. 급히 꺼내든 계엄령 선포는 너무도 둔한 망치였다. 국민의 목소리를 억누르고자 했으나, 그 소리는 오히려 뚜렷하게 그들의 손길을 제어했다.     


그들의 정권 운영 방식은 눈 감고 강을 건너려는 자들을 닮아 있었다.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지만, 그 안에는 민심이라는 격랑이 숨어 있었다. 이 격랑 위에 계엄이라는 거친 배를 띄운 이들은 결국 자신의 무게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질문했다. “정말, 미친 거 아니야?” 그러나 답은 명백했다. 미친 게 맞으며, 그들만의 아방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긴 선을 그려놓고 순간의 핑계를 찾아 점화했을 뿐이다. 어쩌면 칠흑의 어둠이 모든 죄를 감추어 줄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들리는 얘기는, 이들의 현실 인지를 폭로한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가?”라며 되묻는 격노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내란죄와 탄핵의 기운이 용솟음치게 만들고서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적잖이 우려된다. 다른 무슨 짓을 저지를까 봐.     


우리는 깨어 있되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들의 행동은 권력 유지의 몸부림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민심의 단

단한 뿌리를 흔들려는 시도가 숨어 있다. 지금은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다. 침묵의 시간은 더 긴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또한 분노만이 길잡이가 될 수 없다. 우린 침착해야 한다. 대비는 차갑게 이루어져야 한다. 눈 위에 남은 발자국이 지도를 그리듯, 우리의 움직임은 분명하고 명확해야 한다. 저들이 국회를 에워싸지 못했기에, 주도면밀한 태세를 갖추지 못하였기에 지금의 평화가 보장된 것이 아니었다.     


더 빠르고 침착하게, 비록 실탄이 장착되지 않은 총구였지만, 우리는 회피하지 않았고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들의 행동은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섬 없이 앞을 향했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던 함성과 가슴속에 타오르던 촛불은 일시적 저항이 아니었다. 우리를 지키기 위한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것이 지금의 안정과 평화를 구축한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안정과 평화는 완전한 결말이 아니다. 무르익은 열매가 아니라, 여전히 자라는 나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다. 제도적 완비도 필요하다. 법과 규정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권력이 개인의 의지가 아닌 공공의 신뢰 위에 놓일 수 있도록,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권력의 남용을 막을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더 정교하게 갖추어야 한다. 계엄령과 같은 비상조치의 발동은 국민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독립성도 보장받아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정권의 도구가 아닌 진실의 창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단단한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평화는 또다시 휘발되어 버릴 것이고 우리는 반복된 위기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의 완비와 지탱할 지속적인 시민의 관심과 참여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눈송이가 쌓여, 끝내 모든 것을 덮는다.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국민의 힘으로 눈송이처럼 녹여야 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무거운 장막은 우리 모두의 지혜로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햇살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내란죄'는 엄밀하게 성립하기에 이에 따른 형량은 뺌도 보탬도 없이 명확하게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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