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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Apr 07. 2016

세상 꼰대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

김정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꼰대는 꼭 남자인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평균적으로 꼰대는 '아재'일 경우가 많다. 편견을 가진 50대의 글을 읽으며, 이렇게 사이다 마신 듯 상쾌한 느낌인 적이 있었나 돌이켜본다. 김정운 작가의 지난 책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번엔 특히 자신의 동년배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기성세대가 가진 꽉 막힌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그의 이야기에 책을 읽으며 쉼없이 맞장구를 쳤다.

물론 책에 넘쳐나는 아재개그에 가끔은 어찌 반응해야 할 지 모를때가 있지만^^; 그래도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어른의 농담은, 그게 좀 덜 웃긴다고 하더라도 배를 잡고 웃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아쉬웠던 점은 김정운 작가가 가진 생각 만으로도 그 어떤 청년보다 통통 튀는데, 심리학을 꼭 이 책에 녹여냈을까 하는 바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 공감을 위해서 그의 책을 사는 나는, 심리학 지식보다 김정운씨와 그 주변인들이 사는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롭고 마음에 와닿았다.

제발 대한민국의 꼰대들이 모두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자기가 꼰대라고 깨달을 리 만무하지만, 꼰대 마인드가 무의식화되어 꼰아일체되어 내가 꼰대인지, 꼰대가 나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들보다는 적어도 의식적으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과 사회에서 부대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교수직을 버리고 일본화를 배우며 4개국어를 하며 늙어가는 김정운씨처럼 영원히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고독은 아직 낯선 단어다. 고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서 고독은 실패한 인생의 특징일 따름이다. 그래서 아직 건강할 때, 그렇게들 죽어라고 남들 경조사에 쫓아다니는 거다. 내 경조사에 외로워 보이면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p22

한국의 중년 사내들이 골프에 그렇게 환장하는 이유는 반나절 동안 무려 열여덟 번이나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좁은 구멍에 공 집어넣는 놀이를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그렇게 고마운데, 인생에 주어진 시간이 80~90번 가까이 반복되니 얼마나 즐거울까. 그래서 한 해를 시작할 때마다 매번 그렇게 요란하게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p45

세상사가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화내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성공한 이 땅의 중년 사내들은 자신을 둘러싼 일들이 맘대로 안 되면 불안해 어쩔 줄 모른다. 통제 강박이다.
-p55

살림 욕심 많은 안성기의 부인은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 있는 일본 음식을 무척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사려 했다. 안성기는 부인에게 한 번도 '아니다' '안 된다'와 같은 부정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 '소영아, 그건 좀 그래" "소영아, 그건 좀 더 생각해보자"와 같은 표현이 전부였다.
-p64

직장을 다니는 한국 남자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은 일과 관계있다 직장 사람들, 혹은 업무상 관계있는 이들과 술 마시고, 밥 먹고, 골프를 친다. 그러나 은퇴하는 순간 그 모든 관계는 끝난다.
-p69

기분 나쁘고 맘에 안 든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공동체는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 구성원 전체가 불행해지는 것은 정말 금방이다. 함께 사는 공동체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면 분노의 언어들을 마구 내뱉지는 말아야 한다. 비판을 가장한 저주의 언어들을 아무 생각없이 리트윗하고, 마구 좋아요를 눌러대지는 말자는 거다. 페이스북이 몰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식의 대규모 '감전 전염'이다.
-p220

그림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다. 주체적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인생의 주인공이 돼라!'고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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