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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Aug 01. 2016

냉면처럼 쉽고 재밌는 영화

영화 <굿바이 싱글>

                                                                                                                                                                            

이분법적인 사고로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영화는 어려운 영화와 쉬운 영화로 나눌 수 있다. 이 분류 법으로 보면 영화 <굿바이 싱글>은 절대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게 쉬운 영화보다 어려운 영화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곤 한다. 그러나 그 평가가 절대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어려운 영화만큼 쉬운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굿바이 싱글>은 쉬운 영화다. 관객은 가타부타할 것 없이 그저 편안하게 눈만 스크린에 대고 있으면 손쉽게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고 예상했던 바를 이 영화는 교묘하게 비켜간다는 점에서 관객은 흥미를 느끼게 된다. 


                                                  

첫 번째 흥미로운 점은 제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달리,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주인공 주연(김혜수)의 사랑 얘기가 나오지만 그것이 영화의 핵심은 아니다. 진상으로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며 소외당하는 연예인 주연과 미성년자 미혼모로서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여고생 김현수(단지)가 만들어가는 유대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연은 전 남자 친구에 대한 복수와 자신의 연예계에서의 위치로부터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임신'을 가장하여 사람들에게 동정과 지지를 얻으려 하고, 단지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대신 자신의 꿈을 계속해 나아가기 위해 주연과 계약을 맺는다. 대부분의 쉬운 영화가 그렇듯, 둘은 티격태격하는 사이에서 시작해서 서로의 그늘을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관계가 된다. 마치 동갑내기 친구처럼. 


또 한 가지 흥미 점은 예고편에서 마치 투톱처럼 등장하는 김혜수와 마동석은 친구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마동석은 모든 사람이 김혜수를 조롱하고 멸시하는 순간에도 우정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곁에 남는다. 그런 마동석은 이 영화에서 유부남이다! 항상 곁을 지켜주는 이성친구와 언젠가는 연인이 될 것이라는 뻔한 클리셰에 물들어있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시점이었다.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또 한 가지 시선은 영화가 결코 가볍지 않은 시선으로 우리 사회가 미혼모와 혼전 임신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알린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를 다니는 여자 아이들이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그 비난은 남자와 함께가 아니라 오롯이 혼자의 것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들은 비난받기보다는 한 명의 여자로서 애를 낳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이해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영화는 너무 작위적이지 않게, 그러나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전달한다. 

또 이 영화에서 김혜수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남들은 진상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하는 푼수 연예인의 연기를 김혜수는 실제로 그 연예인 인양 찰떡같이 연기한다. 개인적으로 <타짜>나 <차이나타운>의 무겁고 강렬한 연기보다 <굿바이 싱글>에서처럼 잽처럼 가벼운 연기를 '잘'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의 김혜수 씨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고, 대자본으로 천만 관객이 본 영화도 영화계에서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굿바이 싱글> 같은 냉면 먹듯 후루룩 볼 수 있는 영화를 200만 명이 보는 것 역시 영화계에서 중요한 일이다.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는 내게 값진 영화다.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나올 때마다 생각 없이 보고, 여러 번 봐서 내용을 다 알고도 또 볼 수 있는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만나기 어려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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