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 휠>
꿈과 희망의 나라 놀이동산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어쩌면 잿빛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더 비극적일 지 모른다.
남들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장소에서,
행복한 순간 뿐아니라
불행한 순간마저 모두 맞이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비극적인 울림을 준다.
감독 우디앨런은 뉴욕이라는
이제는 지겨워질만한 도시에서
낯선 공간들을 찾아내서 영화의 중심지로 만든다.
그 가운데에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코니 아일랜드의 원더 휠이 있다.
원더 휠은
주인공 지니의 인생을 잘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더 휠(Wonder Wheel)은 일반적인 관람차(Ferris Wheel)와는 진행방향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관람차는
그저 원모양으로 한바퀴 움직이는데 반해,
원더 휠은 지그재그 방향으로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관람차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궤도를 이탈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지니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배우를 꿈꿨던 소녀는
놀이동산의 레스토랑 서버의 인생을 살게된다.
게다가 남편은 술을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고,
전남편 사이에 있던 아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방화를 지른다.
그것은 그에게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느껴진다.
영영 벗어날 수 없을것만 같은 우울한 인생에서
지니는 운명처럼 믹키를 만난다.
젊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잘 통하는 남자.
그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면
지금까지의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의붓딸은 그런 케이트의 계획을 망가뜨린다.
젊고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며
저스틴조차 그에게 눈길을 보내자
케이트는 딸에게 엄청난 질투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 질투는 단지 저스틴을 빼앗길까봐가 아니다.
마지막이 될 것같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캐롤라이나가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위해 조급한 케이트의 거짓말과 분노는
우스꽝스러운 한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러나 그 안타까움 또한 결말에 이르러서는 바뀌고 만다.
케이트의 인생이 바뀌는 것처럼.
다시 원더휠 이야기로 돌아오면,
궤도를 이탈하는 것만 같은 원더휠은
결국 다시 안쪽으로 되돌아온다.
관람차 안에서는 자신의 인생이 크게 요동치는 것 같지만,
멀리서 볼 땐 원더휠은 그냥 둥글게 돌 뿐이다.
마치 케이트의 인생처럼 말이다.
그리고 관객은 마치 자신의 인생이 그리 된 양
영화가 끝나면 입맛을 다시게 된다.
<원더 휠>은 고대 비극같은 스토리와
뛰어난 영상미를 통해
인생에 영화같은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다는 사실을
잔인할만큼 똑똑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