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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Jan 26. 2018

세상에 '그냥' 하는 말은 없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누구와 이야기를 하거나 기싸움을 하다 보면 ‘페이스에 말린다’는 느낌을 받을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당연히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페이스에 말리도록 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말리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이런 프레임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책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뉴스에서 정치 이야기를 할 때 보수와 진보는 도대체 왜 대화가 통하지 않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보수진영이 펼치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 심리학자지만, 보수가 잘하는 것을 진보가 잘 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며 책을 통해 그들이 프레임을 잘 만들기를 지지하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고 리처드 닉슨이 한창 사임 압력을 받고 있던 당시의 일입니다. 이때 그는 TV에 나와 연설을 했는데 여기서 닉슨은 전 국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


이런 예시는 비단 미국 정치에서만 생기는 케이스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한 정치인이 한 이야기가 조롱이 되어 유행어처럼 번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임은 이런 문장이나 단어를 그저 사용하는 데에서 구성되지 않는다.


“프레임 재구성은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이미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에 접근하여 이를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것이 일반 대중의 담론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에 가깝다. 이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부단한 과정이며, 반복과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


우리는 가끔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들인데, 왜 수많은 서민층이 보수를 지지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투표합니다.”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런 식으로 한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어떤 프레임에 갇혀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된다. 그만큼 보수의 프레임은 견고하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조직적으로 이런 프레임을 연구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보수와 진보는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부모’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보수는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발전을 해야 하므로, 대기업에게 세금을 낮춰 주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반면에 자상한 부모는 어느 쪽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도움을 주어야 할 단체가 너무 많고, 그 단체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 결국 단체별로 가는 지원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보는 소수를 위한 수많은 정책으로 목소리가 분산되는 것이다.


“예산과 세금이 삭감될 때, 남겨진 영역은 우익에 의해 민영화됩니다. 우익은 좌파로 하여금 마땅히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문에 민간의 돈을 더 쓰도록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민영화되는 것이 국민 전체를 위한 길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이 사용하는 것들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민간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이 밖에도 ‘세금 폭탄’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단어가 얼마나 계획적으로 보수진영이 만든 단어인지 이 책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저자의 뜻은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니까 보수를 물리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수는 프레임을 이용해서 국민들에게 호소한 반면, 진보는 프레임 없이 그저 맨몸으로 부딪쳤으니 이제는 진보도 보수처럼 프레임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저 “보수가 하는 말은 이상해요”라는 주장은 오히려 보수의 프레임을 더 견고히 할 뿐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단순히 정치 분야에서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어떤 프레임이 사용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는 뉴스 한 꼭지를 보면서도 이 뉴스는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념하며 보게 될 것 같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 제목이 단순히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예시 외에 또 다른 한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뛰어난 프레임을 구성하는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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