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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Jan 31. 2018

자의식 과잉의 미학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사람들은 항상 평범하게 살고싶어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특이한 생각을 하면 주목받고 손가락질 받는 사회에서 자의식 과잉인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남 앞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자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자의식 과잉을 전면으로 내세운 사람이다. 그는 일본의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누군가는 사회 부적응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 면을 책내용의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그의 글은 더욱 매력적이다. ‘누나 마음 속에 삼천원 쯤’은 있듯이, 모든 이의 마음 속에 있는 사회의 암묵적인 룰을 부수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긁어주는 책이다.


그의 솔직한 자기고백 덕에 세상에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깔깔거리며 책을 읽었다.


저자는 항상 어떤 행동을 하려면 그 전에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살아왔다고 한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실전에 앞서 연습 해야하는지, 심지어 술을 마실 때 왜 자작하는 것이 나쁜 지에도 의문을 품는다.


그는 자작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선배가 자작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는데, 계속 자작하던 선배가 참을 수 없어 화를 냈던 경험도 있다. 그 때 그는 사람이 자작을 하게 된 근원까지 파헤쳐서 그 원인을 파악해야 만족하는 집념의 바보였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 영화감독과 이야기하다가 나누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제가 바보일까요?” 하고 감독님에게 묻자 “적어도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라며 부드럽지만 단호히 말했다. 바보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살짝 실망한 나를 두고 볼 수가 없었는지, 감독님은 곧 “하지만” 이라고 운을 떼더니 “내 경험상 모르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1부터 100은 만들 수 있어도 0부터 1은 만들지 못했어요. 다시 말해, 정해진 대로 따라 그릴 수는 있어도 발명은 할 수 없는 거죠” 라고 말을 이었다.


사회화되지 않았던 한 사람이 이리저리 치여가며 둥글둥글해지는 과정을 이야기해주니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 조금씩 사회화 되는 것이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회사를 다닐 때, 사생활이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것 역시 필요에 의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 결코 이런 걸 말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구나, 하는 것들이었다.


‘나 다운게 뭔데?’

청소년 성장드라마에서 나올법한 대사처럼 삶에서 여러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을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 상황에 걸맞는 옷을 입는 것 뿐이지, 그에 따라 시시각각 인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되었다.



누구를 만나도, 어떤 환경에서도 구별해서 행동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집착하는 사람은 애다


진짜 어른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정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물러날 때는 물러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결과는 나오기도 하고, 안 나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늘 과정을 한 땀 한 땀 메우는 것뿐이다. 그렇다. 사회란 나의 최선을 갱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자유롭게 참가해도 되는 장소였던 것이다.



책을 덮을 쯤에는 스스로에 대해 쓸데없이 깊게 생각하는 것이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것을 깨닫고는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기본적인 삶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일수록 읽으면 깊이 공감하고 깨닫는 바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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