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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Mar 17. 2018

작가가 되고싶어?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이런 책을 읽다보면 화가 난다. 사람들은 왜 훌륭한 책이 재밌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까?

좋은 책을 너무 늦게읽었다는 자책감에 미쳐버려서 남탓까지 하게 될 정도로 이 책은 훌륭하면서도 재밌는 책이다.


스티븐 킹이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작가일 수 있으나, 그가 만든 작품 중 영화화 된 유명한 작품 몇가지만 꼽아도 놀랄 지 모른다.


<샤이닝>, <쇼생크 탈출>, <미저리>, <미스트> 등의 영화 원작 뿐 아니라, 전세계 35개국에 3억권의 책을 넘게 판 작가로서 스티븐 킹은 명실상부한 20세기가 낳은 인기 작가이다. 그런 사람이 일반 독자를 향해 글쓰는 방법을 직접 가르쳐 준다니 그야말로 황송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몇년동안 집어들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이 책안에 엄청나게 대단하고 어려운 글 잘 쓰는 방법들이 가나다 순으로 줄줄이 나열되어 있을것만 같은 두려움이었다.


 첫 몇페이지를 읽자마자 나는 몇년동안 내가 가졌던 두려움이 너무 허튼 것이었음을 직감하고 말았다. 그러나 실제 이 책을 열어보면 1/3 정도는 스티븐 킹이 살아오면서 어떻게 글을 쓰고자 노력했는지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져있으며, 실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다.


<소행성의 광부들>은 독자로서의 내 삶에서 중요한 책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순결이나 동정을 잃은 순간을 기억하듯이.
대부분의 작가는 어떤 책을 내려놓으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
- p177


스티븐 킹은 작가란 되고싶다고 되는게 아니라 글을 쓰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만 되는 것이란 걸 깨닫게 해준다. 그는 유명한 인기작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써내려간 이후에야 사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일정량의 글을 매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응원이나 격려를 글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어떤 날은 글쓰기가 꽤 힘겹다.
 그러나 또 어떤 날은 행복감이 밀려오고, 어울리는 낱말들을 찾아내어 배열하는 즐거움도 다시 느껴진다. 이 느낌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비슷하다.
아직은 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아직도, 아직도…

그러다가 문득 공중으로 떠올라
푹신하고 신비로운 허공을 밟으며 세상을 굽어본다.
나는 행복해진다.
- p333


2장에서는 실제로 스티븐 킹이 글을 쓸 때에 어떤 점에 유의해서 글을 써내려갔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스티븐 킹은 여러가지 수사기법-특히 부사의 지나친 사용-을 어지럽게 사용하는 것을 주의하였다.


부사는 민들레와 같다. 잔디밭에 한 포기가 돋아나면 제법 예쁘고 독특해 보인다. 그러나 이때 곧바로 뽑아버리지 않으면 이튿날엔 다섯 포기가 돋아나고…그 다음날엔 50포기가 돋아나고…
그러다 보면 여러분의 잔디밭은 철저하게, 완벽하게, 어지럽게 민들레로 뒤덮이고 만다. - p151


스티븐 킹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데 큰 소질을 보였으나,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교사 자격증을 따고 몇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한다. 그 때에도 그는 끊임없이 낮에 일하고 밤에 글을 쓴다. 몇년간 출판사에 보낸 후 거절당하기를 거쳤고, 그리고 나서야 그의 첫 인기작품 <캐리>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지난 30여년간 발간한 소설만 500여편, 그 중 드라마 및 영화로 70여편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만큼이나 우여곡절이 있는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글을 쓰고 소설을 만들어낸 스티븐 킹. 천재 작가라는 타이틀로도 모자라 끊임없는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는 어쩌면 그 어떤 작가보다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 책의 일부분은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내용이다.
나머지는 허가증이랄까.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여러분도 해야 한다는,
그리고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여러분도 해내게 될것이라는 나의 장담이다.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부디 실컷 마시고
허전한 속을 채우시기를.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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