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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Mar 10. 2018

Showing의 미학

영화 <나를 찾아줘> - Gone girl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한국어 제목 진짜 잘 지었네'였다. 이 영화의 제목이 '나를 찾아줘'가 아니라 원제를 직역한 '사라진 그녀'였다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은 반쯤 덜했을 테니까. 또한 이 제목은 영화 전체의 주제를 꿰뚫은 핵심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속인다. 그 중에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믿음이 달라지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자신을 꾸며내어 속이는 것이 더 많다.   


처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장면은 에이미의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딸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텔레비젼 앞에 나가 실종 방송을 한다. 절제된 슬픔과 서로를 껴안으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장면은 너무 세련되서, 마치 연기를 하는 부모님처럼 느껴졌다.  


닉은 부인을 살해한 살인자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텔레비젼 앞에서 가장 그럴싸한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낸다.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웠지만 모든 것을 반성하고 자신의 부인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보고 형사와 대중은 감동한다. 대중의 마음에 드는 데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 어떤 진실은 감추고, 어떤 진실은 드러내면서 닉은 형사의, 대중의 마음에 들기위해 노력한다.



영화 시작 1시간 즈음 우리는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에이미의 능력을 보게된다. 에이미가 스스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능력은 닉의 1차원적인 위장을 뛰어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이미는 어릴때부터 그런 삶을 살아왔다. 에이미는 부모님의 책 속에 등장하는 '어메이징 에이미'와 실제 자신의 간극을 좁히기위해 두가지 선택을 병행한다. 노력하거나 혹은 얼마쯤 포기해 버리는 게 그것이다. 에이미는 예쁘고, 지적인, 운동은 물론 연주까지 잘하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그 기대를 채워주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감독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showing하는 모습을 관객들로 하여금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닉의 경우 처음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러나 에이미의 경우는 처음에 그녀가 쓴 일기장의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믿게 만든다. 그 후 그녀가 showing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의 진실과 어디까지의 거짓을 담고 있는지 하나 둘 꺼내 보여준다.


닉과 에이미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을 이끌어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한다. 그러나 showing 하는것이 비단 에이미와 닉 뿐일까?


영화는 전형적인 showing을 위한 매체이다. 영화는 지극히 일방향이다. 따라서 우리는 영화가 보여주는 것만을 보고 그것을 판단한다. 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장한 주관적인 시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만드는 이의 기호에 맞춰 가공된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인 '나를 찾아줘' 역시 에이미로 느껴지는 '나'가 관객에게 자신을 찾아달라고 말하는 것. 그 너머에는 잠재적으로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의도한 것이디.


데이빗 핀처와 원작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에이미의 잔혹성 만은 아닐 것이다. 에이미의 행동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여러 면 중 '그럴싸하게' 보일만한 면을 한껏 꾸며 보여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물론 에이미의 경우 엄청나게 극단적인 스타일이지만)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닉의 나래이션-두개골을 깨서 에이미에 대해 알고싶다-을 들으며 우리는 에이미를 가여워하기도, 무서워하기도 하였으나

과연 자신의 100%를 남들에게 보여주로 에이미의 행동에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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