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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Sep 09. 2018

가족의 형식과 실질

영화 <어느 가족>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에서 한없는  따뜻함만을 생각해내는 사람에게 영화는 <어느 가족>은 어딘가 이상해보일 지 모른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숨은 그늘을 알고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따뜻한 영화겠지만.



영화는 원작 제목답게 주인공들의 좀도둑질부터 시작한다. 도둑질은 언제나 나쁜 것으로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다. 하지만 가게가 망하지 않을만큼만 훔치는 좀도둑들이 과연 세상을 얼마나 악하게 만들 수 있을까.



반면 어린 딸을 때리는 건? 가족을 버리는 건?
사회는 그런 가족은 있다는 사실조차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스스로 선택해 만든다.

영화를 보며 가족의 형식과 실질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버린 사람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 것일까? 반면 나 하나 먹을 것이 부족해도, 집에서 맞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먹여주는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면 안되는 것일까?




나는 이 영화속 가족을 선택한 어느 가족의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무릎만한 파도에도 '높다'며 즐거워하고, 보이지 않는 불꽃놀이의 소리만 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번도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아이에게 보채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붙여준다는 건 부성애 이상의 사랑이 아닐까. 자신도 다리미에 지져진 상처가 있다며 꺼내보여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모성애 이상의 사랑이 아닐까.



그들의 형식은 비록 좀도둑. 시체유기. 유괴일 지언정
그들의 실질은 가족을 초월하는 유대감과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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