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시리즈 4>와 전 시리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볼 때마다
시인 이형기의 시 '낙화'가 떠오른다.
인형들의 이야기인 이 시리즈는 실은 어떤 이야기보다도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에 사계절이 있듯
한 사람의 인생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가장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이 지나간 후에도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이야기는
화양연화의 시절을 지난, 그 후의 이야기이다.
우디는 앤디의 장난감 중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주인공으로 살아왔기에
<토이 스토리 4> 초반에서도 리더를 하려 한다.
<토이 스토리 1>에서도 그가 갑자기 들어온 버즈를
다른 인형들과 달리 경계하는 것은
생일선물로 들어온 최신 인형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그가 어떤 노력을 하든,
우디는 앤디의 항상 가장 가까운 자리라는
정체성과 서서히 멀어진다.
새로운 친구 버즈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어른이 된 앤디와 작별하기도 하고,
새로 만난 보니는 직접 만든 포키를
가장 사랑하는 인형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우디는 변해버린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인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우디가 한 때
앤디의 친구로서 사랑받았던
인형으로서의 최고의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디는 박물관의 유일한 작품으로 남는 대신
낡고 망가지더라도 사랑받는 인형의 삶을 선택하고,
사랑받는 인형의 행복을 이야기하며
제시를 집으로 초대한다.
보니가 사랑하는 마음을 헤아려
그의 친구 포키가 무슨 상황에 처하든 구해내려 하고,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인형으로 남는 삶을 선택한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그래서 우디와의 이별이 슬프지 않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앤디와 함께 했던 시절, 우디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우디와 함께 했던 시절,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
그리고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토이스토리 1>에서
우디가 버즈에게 했던 말은
시리즈 내내 우디가 스스로를 위해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This isn't flying. This is falling with style.
이건 나는 게 아니야. 이건 멋지게 추락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