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은 기획부터 떠올립니다.
컨셉, 방향, 메시지.
정리가 되면 이제 시작이라고 믿게 되죠.
그래서 영업은
브랜드를 만들고 나서 필요한 일,
혹은 규모가 커졌을 때의 문제라고
자연스럽게 밀려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브랜드매니저라면
기획으로 방향을 세우고
그 다음에 실행이 따라오는 구조일 거라고요.
그런데 실무를 하면서
이 믿음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제조사와의 협업을 준비할 때,
조건을 맞추고 구조를 설명하는 순간마다
‘설득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하게 됐습니다.
소비자 조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설문 문항을 만드는 일보다
왜 이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상대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했어요.
해외 수출을 준비하며
바이어 미팅을 반복할수록
이 감각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제품 설명이 아니라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지”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은 영업이었습니다.
세일즈만을 의미하는 영업이 아니라,
브랜드를 앞으로 움직이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의미를 설명하고
결정을 끌어내는 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종종 브랜드와 분리합니다.
영업은 영업팀의 일이고,
브랜드는 기획자의 영역이라고요.
이 분리가
브랜드를 가장 자주 멈추게 만드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방향만으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실제로 시작되는 순간은
문서가 완성됐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가 “그래서 이걸 왜 해야 하죠?”라고 묻고
그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게 됩니다.
설계의 문제라기보다
설득의 연속이라는 쪽에 더 가깝게요.
이 생각이 맞는지
아직은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해졌습니다.
영업이 필요 없다고 믿었던 그 판단이
오히려 브랜드의 시작을
가장 늦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