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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섭 Aug 31. 2019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름의 부천과 제천 시즌이 지나갔다. 2월과 3월 초의 마리끌레르 영화제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지난 영화들을 돌아보며 몸을 푸는 단계였다면, 3월 말에 개막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여는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은 5월의 전주국제영화제와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점을 거쳐 12월의 서울독립영화제로 한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루 시간을 내어 야심차게 영화제로 향해 흥미로운 시놉시스의 영화를 발권해도 그 작품이 반드시 완성도 있으리란 법은 없다. 물론 전주나 부산은 웬만하면 믿고 볼만 하겠지만, 다른 여러 영화제의 경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괜찮은 영화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가 엿보는 것이다. 하지만 imdb, rottentomatoes, metacritic에는 한국 독립영화가 있을 리 없고, 와이드 릴리즈 되지 않는 대부분의 영화제 작품의 경우 본 사람도 얼마 없기 때문에 왓챠 별점도 표본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시리즈에서는 해당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이 이전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물론 상을 탔다고 해서 꼭 작품성이 좋으리란 것도 아니고, 수상 경력이 없다고 별로란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한정된 대다수의 관객에게 한 편 한 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고, 이 방법은 그나마 가장 확률 높게 좋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필자가 자원활동하느라 부천, 제천을 건너뛴 다음의 세번째 영화제는 8월 29일 개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다.


*매번 영화제에서 첫 상영되는 작품들은 기획 특성상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품성이 좋으면 1년 내내 웬만한 영화제를 다 순회하니 얼마 뒤에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원데이> 소피아 실라기 감독


2018 칸 국제 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CI 상Directors' Fortnight or Critics' Week

2018 카이로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소피아 실라기)                         


<원데이>

                          

헝가리는 멀리로는 벨라 타르, 가까이로는 2012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바람처럼>으로 은곰상을 수상한 베네덱 플리고프와 2015년 최고의 문제작 <사울의 아들>의 라즐로 네메스의 나라다.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이 나라에서 또다른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각본 및 연출에 주연까지 직접 맡은 <원데이>의 소피아 실라기 감독이다. 이 감독의 영화 경험이 이전에는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신선한 접근으로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에서 캐스팅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원데이>의 줄거리는 배우자의 미심쩍으면서 바람기 짙은 행동에 대한, 얼핏 평범해보이는 이야기지만 주인공의 선택보다는 그가 마주쳐야만 하는 팍팍한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9월 2일 11:00 - 12:39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9월 5일 11:00 - 12:39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스케이트 키친> 크리스탈 모셀 감독

2018 마르델플라타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2018 스톡홀름 국제 영화제 신인감독상                            


<스케이트 키친>

                           

201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킨 또다른 신인 감독 크리스탈 모셀의 두번째 장편이면서 첫번째 장편 극영화이다. 장르는 극영화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스스로의 능력을 살려 인물들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생생한 화면을 선보인다. 스케이트보드로 서로 알게 된 10대들이 남성들만 있는 스케이트보드장에 균열을 일으키는 모습은 우리가 열광해왔던 문화의 기저에서 여성이 얼마나 배제되어왔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8월 31일 18:00 - 19:45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9월 3일 17:00 - 18:45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 감독

2019 베를린 국제 영화제 Guild Film Prize, Prize of the Ecumenical Jury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201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대망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는 마치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과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목부터 신은 당연히 남성이라고 여기고 그렇게 말하는 통념에 정면으로 저항한다. 그리스 정교계에서는 신부가 십자가를 물에 던져 행운을 비는 풍습이 있다. 그 행운은 십자가를 잡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규칙인데, 페트루냐가 십자가를 잡자 여성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로 인해 더 굳어진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 혼자의 몸으로 치열하게 저항하는 페트루샤의 모습과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실화의 결말을 확인해보자.


9월 1일 12:30 - 14:1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9월 4일 14:00 - 15:4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나를 데려가줘>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

2019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타이거 상 특별언급

<나를 데려가줘>


2018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던 <임포트>를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임포트>에 작가로 참여했던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이 장편 데뷔작을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주인공은 마치 감독 자신이 투영된 듯하다. 보스니아 출신으로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감독과 같은 이력을 가진 주인공은 그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보스니아로 여행을 떠난다. 쨍한 색감의 화면에 담기는 동유럽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 안에서 아직 한번도 서로 만난 적 없는 둘은 과연 만나서 어떤 행동과 대화를 만들어낼까.


9월 1일 10:30 - 12:0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9월 4일 11:00 - 12:3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마지막 무대> 반다 야쿠보프스카 감독

1948 카를로비바리 국제 영화제 크리스탈 글로브 상(작품상)


<마지막 무대>

마지막 작품은 고전 영화를 꼽아봤다. 폴란드의 여성 감독이라고 하면 우리는 아그네츠카 홀란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 전에 반다 야쿠보프스카 감독이 있었다. 그가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마지막 무대>다. 그가 실제로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끔찍한 기억을 토대로 수감 기간에 구상한 이 작품은 마치 최근 종영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같이 주인공 한 명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 국적, 나이, 계급을 포괄하는 인물들에 두루 포커스를 할애하며 그들의 관계, 이야기를 담는다.


8월 31일 16:00 - 17:5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9월 3일 17:00 - 18:51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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