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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섭 Oct 04. 2019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2월과 3월 초의 마리끌레르 영화제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지난 영화들을 돌아보며 몸을 푸는 단계였다면, 3월 말에 개막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여는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은 5월의 전주국제영화제를 거쳐 드디어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가 왔다. 하지만 하루 시간을 내어 야심차게 영화제로 향해 흥미로운 시놉시스의 영화를 발권해도 그 작품이 반드시 완성도 있으리란 법은 없다. 물론 전주나 부산은 웬만하면 믿고 볼만 하겠지만, 다른 여러 영화제의 경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괜찮은 영화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가 엿보는 것이다. 하지만 imdb, rottentomatoes, metacritic에는 한국 독립영화가 있을 리 없고, 와이드 릴리즈 되지 않는 대부분의 영화제 작품의 경우 본 사람도 얼마 없기 때문에 왓챠 별점도 표본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시리즈에서는 해당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이 이전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물론 상을 탔다고 해서 꼭 작품성이 좋으리란 것도 아니고, 수상 경력이 없다고 별로란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한정된 대다수의 관객에게 한 편 한 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고, 이 방법은 그나마 가장 확률 높게 좋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번 영화제는 대망의 부산국제영화제다.

*매번 영화제에서 첫 상영되는 작품들은 기획 특성상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품성이 좋으면 1년 내내 웬만한 영화제를 다 순회하니 얼마 뒤에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 감독

2019 칸 국제 영화제 촬영상, 퀴어종려상

2019 멜버른 국제 영화제 관객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칸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부산을 찾은 가히 이번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다. 그동안 예술계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해왔던 불균형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개념인 뮤즈의 허상을 폭로하여, 뮤즈로 전락한 여성은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에서 극도로 단순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 <톰보이>, <워터 릴리스>, <걸후드>로 베를린 영화제 등에서 자신의 재능과 날카로운 시선을 여러 차례 증명한 감독의 신작은 그린나래미디어 수입으로 영화제 이후에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10월 4일 오후 1시 메가박스 장산 5관

10월 5일 오후 5시 CGV 센텀시티 6관

10월 8일 오후 4시 CGV 센텀시티 2관




<성체축일> 얀 코마사 감독

2019 베니스 국제 영화제 Edipo Re Award, Label Europe Cinemas

2019 폴란드 영화 시상식 감독상, 관객상 포함 11관왕

<성체축일>


베니스 2관왕 뿐만 아니라 자국 영화 시상식에서만 11개의 상을 휩쓴 <성체축일>도 부산에서 3번의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 20살의 주인공은 이제 막 출소해 우연한 기회로 작은 마을의 신부 행세를 시작한다. 단호한 결단력으로 정의를 실현하며 마을 사람들도 그가 진짜 신부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 사건이 일어나 주인공 다니엘의 정의와 양심을 시험한다. 어린 나이에 이미 가볍지 않은 전과를 가진 그는 가짜 신부의 이름으로 진짜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10월 5일 오전 10시 CGV 센텀시티 3관

10월 6일 오후 1시 30분 롯데시네마 대영 2관

10월 9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장산 4관



<비탈리나 바렐라> 페드로 코스타 감독

2019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 여우주연상, 국제심사위원상 특별언급

<비탈리나 바렐라>


<반다의 방>, <행진하는 청춘>, <뼈> 등의 작품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해온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 <비탈리나 바렐라>는 그 중에서도 <호스 머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이미 그의 영화가 자주 다룬 장소인, 카보베르데 출신의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빈민가를 재조명하며,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지금까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박해를 견디고 있는 이들을 이야기한다. 제목 자체가 주연 배우 본인의 이름이기도 한 만큼, 세상에 단단히 버티고 선 그의 강인한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영화는 국내 극장에서 접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부산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도록 하자.


10월 5일 오전 10시 30분 롯데시네마 대영 4관

10월 6일 오후 7시 30분 영화의 전당 중극장

10월 7일 오후 1시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화이트 온 화이트> 테오 코트 감독

2019 베니스 국제 영화제 FIPRESCI상, 인권영화네트워크상 특별언급, 베니스 오리종티 감독상

<화이트 온 화이트>


한 사진사가 품은 잘못된 욕망이 표출되는 현대사회 야만성의 끔찍함은 광활한 풍경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널찍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풍경에서 혼자 악전고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타인 역시도 수동적으로 그 범죄에 가담했음을 이야기한다. 순수함의 상징이었던 눈이 덮어버린 인류의 참상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며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다듬은 테오 코트 감독은, <화이트 온 화이트>를 통해 스크린 밖 관객 또한 영화의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놓치지 않는다. 참고로 이번 영화제의 화이트 시리즈(<화이트 라이>, <화이트 화이트 데이>)는 모두 좋은 작품성이 기대되는 영화들이기 때문에 어떤 영화를 골라도 좋을 것이다.


10월 5일 오후 5시 CGV 센텀시티 4관

10월 7일 오후 1시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10월 9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대영 2관



<상어> 루시아 가리발디 감독

2019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2019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Films in Progress Award

2019 과달라하라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포함 3관왕

<상어>


바닷가 작은 마을의 해변에 갑자기 상어가 출몰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다. 그 와중에 주인공의 집안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10대인 주인공 로지나는 나이가 들며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루시아 가리발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면서 주연 배우 또한 첫 영화이기에 믿음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선댄스, 산세바스티안 뿐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특별상 포함 2관왕을 차지하며 국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능력 있는 작가의 새로운 탄생을 부산에서 직접 목격해보자.


10월 6일 오전 11시 메가박스 장산 1관

10월 7일 오후 5시 롯데시네마 대영 1관

10월 11일 오후 1시 CGV 센텀시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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