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은 애초에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기에 찾아가기가 쉽지만은 않다. 용산구 우사단로4길 43-10을 찍고 지도의 선이 이 골목길이 맞는지 하나하나 맞춰가며 찾아가다보면 어느샌가 홀연히 나타난다. 보통 한 달에 3편씩이 걸려있는데, 관객은 자신이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면 된다. 몇 편을 보든 상관없고, 시간표도 없다. 운좋게 아무도 없을 때 도착해서 전세를 낼 수도 있고, 영화를 보고 나왔더니 밖에 바글바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첫번째 영화 <남매>는 재개발 예정인 동네로 돌아가는 동생을 찾으러 가는 이의 이야기다. 이들의 전후사정을 구태여 묘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쳐 쓰러지기 직전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 같은 이상희, 정수환 배우의 얼굴과, 허물어지기 전 마지막 시간을 살아내는 동네의 얼굴이 있을 뿐이다. 인물의 어려운 사정을 부각하기보다 무엇인지 모를 불행에 맞서 하루하루 살아남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는 끈기 있게 따라붙는다.
두번째 영화 <달이 기울면> 역시 집 그 자체가 하나의 인물로서 기능하는 작품이다. 물건이 탁자에서 떨어지고 둥근 물체가 굴러떨어지는 것과 같이 기울어 있는 집을 묘사하는 장면들의 반복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알지 못했던 미지의 공간에 대한 측은함을 느낀다. 하지만 곧이어, 천장에서 새는 물이 사선으로 떨어지는 등 더욱 과장된 장면들을 통해 현실 세계와 집-공간의 마찰을 일으킨다. 편하게 앉아 그들의 불행을 감상하고 일종의 안도마저 느꼈을지도 모를 관객 대신 인물을 구원하는 건 자기 자신과 영화 속 또다른 인물들이다.
세번째 영화는 윤가은 감독이 2011년에 만들었던 <손님>이다. 크지 않은 집 안에서 얽히고 설킨 인물 간의 관계가 밀도 있게 전개된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며 마음 편히 살아가는 진짜 가해자, 너무 바빠 영화에 등장하지도 못하는, 심지어 가해자 취급마저 받는 피해자, 그리고 또다른 여러 피해자의 인물 설정이 정교하고 설득력 있다. 점점 드러나는 전말은 영화 속 인물도 스크린 밖 관객도 쉽게 마주하기 어렵다.
극장판은 매달 한 달 동안만 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다음 달이 되면 또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았지만 도저히 볼 기회가 없었던 다른 영화가 걸릴 것이다. 이번 달은 유난히, 마치 정말로 극장판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담은 것만 같은 영화들이었다. 다음 달 상영작은 월말 정도에 공개되니 이번 달 상영작도 놓치지 말고, 다음 달 상영작들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