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배우는 영어는 외국에서 통하지 않을까?

[책과 영어]의 미니시리즈: 진실은?

by 윤드류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굉장히 이상한 상황을 자주 마주하곤 한다.



Case 1. 모의고사와 내신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조금 더 확장하면 초등영어, 중등영어, 고등영어가 모두 다른 것처럼 말한다. 난이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같은 영어를 배운다. 사실 중학교 2학년 정도를 마치면 필요한 문법 대부분은 배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영어는 외계어에서 딱 한 발짝만 떨어져 있을 뿐이고, 시험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점수는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시험별로 따로 공부해야 한다. 모의고사를 위해 비문학을 공부해야 하고, 내신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매달 모의고사를 보고 2개월 정도에 한 번씩 내신을

본다. 전부 준비가 가능하긴 한 걸까?


게다가 모의고사는 1등급을 받았는데, 지문 내용을 물어보면 주제는 같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게 말한다던가, 문법과 단어를 그렇게 잘 외우고, 모의고사 점수도 잘 나오는데 내신 성적은 완전 꽝일 때도 많다.



Case 2. 한국(에서 배우는 영어) 문법은 소용이 없으므로, 문법은 됐고 독해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어든, 영어든 문장은 문법이 있어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문법이 꼭 필요한 것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문법 딱히 없어도 해석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애초에 한국어 문법은 잘 모르는데,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데 별 무리가 없기도 하다. 그리고 어차피 문법 문제는 수능에서 한 문제만 나오고, 내신에서도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보통 문법은 됐고, 독해를 준비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Case 3. 한국(에서 배우는 영어)문법은 진짜 영어(영미권에서 사용하는 영어)와는 다르다.


한국에서 가르치는 문법은 실제 미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한국만의 문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Grammar in Use 같은 미국에서 배우는 교재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건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있었던 얘기다. 그래서 북미에서만 파는 교재, 한국에서 파는 교재, 둘 모두에서 파는 교재 등등 여러 교재를 연구했는데, 결국 미국에서 가르치는 영어 문법 이야기를 교재 출판사가 잘 설명해서 내놓은, 같은 내용의 서로 다른 버전이었을 뿐이다.



결론.


문법은 문장을 만드는 법이다. 마치 현실의 법과 같은 특성이 있다. 법은 지켜야 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모든 법 조항을 다 외우고 다니는 것은 아니라서, 자신도 모르게 어길 때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무단 횡단이라든지, 쓰레기 버리지 않기 등,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수시로 어기기도 한다. 그걸 발견하더라도 신고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경범죄를 별 가책 없이 자주 저지르면 서서히 그 범죄의 정도가 올라갈 위험이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끔 교육해야 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법 조항을 다 외우지 못하기 때문에, 대전제(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정도만 머릿속에 남겨두고 그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다.


문법도 마찬가지다. 문법의 대전제(가장 기본적인 문법; 품사, 형식 정도)만 어느 정도 지키면 말을 알아듣기 어렵지 않다. 심지어 가끔 대전제를 지키지 않아도, 말이 통할 때가 있다. 다만, 그 정도 실력으로는 학교 수업을 듣는다든지, 토론한다든지, 생활영어 이상의 실력이 필요할 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험이라는 것은 결국, 정확도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법을 좀 더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문법을 몰라도, 단어 뜻만 알아도 이때까지 시험을 보며 익혔던 맥락에 따라 대강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정확히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문제를 많이 풀어서 대강하는 해석과 정확한 해석의 격차를 줄이면 노력과 재능 여하에 따라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게 한국의 학원에서 가르치는 방식이다. 학생 한명 한명의 약점과 이해의 정도를 파악할 수는 없으니 그냥 강의하고 문제를 미친 듯이 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답을 정확히 봐주지도 않아서 학생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지문을 정확히 해석해보라고 하면 못하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배우는 영어문법이 모두 옳다는 것일까?


일단 내용 그 자체; 즉, to부정사니, 동명사니, 관계대명사니 하는 것들은 한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영국, 미국 등에서 정리한 정보를 그대로 가져온 것에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Grammar in Use에서 Gerund를 가르치는 챕터가 있다. Gerund는 한국어로 동명사이다. 결국 가르치는 내용은 똑.같.다.


다만, 한국에서는 문법 따로, 독해 따로 배우고, 문법을 독해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마치 모두 따로 분리된 것으로 배운다. 한국에서 배우는 문법의 내용(혹은 교재)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방법(암기 및 문제풀이)이 잘못된 것이다.



방법은?


무작정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것은 일정 수준이 되면 오히려 안 좋은 습관을 만들어서 방해물이 된다. 이론적으로 배우고, 문장에 적용해본 후에 암기하고, 문제를 풀어보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한다.


즉, 문법은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배워야 하며, 완성된 문장을 문법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고 분석을 통해 문법대로 해석하는 연습을 하고, 심지어 직접 써볼 수 있다면, 내신, 모의고사, 수능, 공인영어 등 시험의 종류와 상관없이 훨씬 쉽게 영어를 배우고, 배운 문법을 활용하여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말하기, 쓰기 실력도 같이 올리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개돼지, 착한 OO은 죽은 OO뿐이다의 원조 동물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