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꿈과 희망인가? 남겨진 사람들의 비참함인가?

[책과 현실]에서 맛보는 통찰

by 윤드류


해리포터를 읽다보면, 사랑이라는 주제가 반복적으로 나오며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덤블도어가 계속해서 말하기도 하고, 마법사들끼리의 전투에서도 계속 나옵니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법이다.’



이 말은 비단 해리포터 세계관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마법같은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혹은 사랑이라는 마법에 매혹되어 평상시라면 하지 못할 행동을 과감하게 하기도 합니다.

볼드모트가 갓난아기인 해리를 어쩌지 못한 일,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공포로 군림하는 볼드모트 휘하의 ‘죽음을 먹는 자들’을 배신하고, 목숨을 걸고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한 일, 위즐리 부인이 벨라트릭스와의 결투에서 결국은 승리한 일 등등


어머니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며, 그러한 사랑의 힘이 선을 수시로 넘고, 금기된 마법을 사용하며, 거리낌 없는 사람을 모두 이기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합니다. ‘현실도 이렇게 사랑으로 모든 걸 헤쳐나가고 각종 악, 폐습을 이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해리포터에는 희생도 많이 따릅니다. 우리나라 컨텐츠에서의 해피엔딩에는 희생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영국 등의 서양은 정말 인정사정없이 주연급 조연을 희생시킵니다. 희생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나라 역사의 특성상 서양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나라의 주권조차도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통해 얻을 수 있었기에, 문학이나 미디어에서는 희생을 원치 않는 한국인의 바람이 투영되었을까요?


아무튼, 그래서 서양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이 희생이 유독 크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우리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전쟁으로 얼룩져있고 현재도 여전히 군사적 위협이 남아있는 상태라서 희생과 남겨진 사람들은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인으로서 읽은 해리포터는 ‘사랑의 위대함’보다 ‘남겨진 자의 비참함’에 더 눈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 시리즈부터, 첫 장면부터 해리포터는 부모님을 잃습니다. 호그와트에 가기 전까지 해리가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 간 이후에도 가족이 없는 게 얼마나 상실감이 큰지 지속적으로 느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가는 호그스미드에 가지도 못하고, 버터맥주를 마시지도 못하죠. 결국 투명망토라는 아이템을 사용해서 규칙에 어긋나는 짓을 하고서야 처음 호그스미드로 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대부 시리우스 블랙에게 허가서를 받고서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죠. 하지만 유일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던 시리우스 블랙도 죽고 맙니다. 당시 책을 읽었을 때는 죽은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중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이렇게 허무하게 간다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진짜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독자마저도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데 해리는 어땠을까요?


그나마 해리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런 상실감을 자세히 표현한 편이었습니다. 다른 주변인물들은 어떨까요? 해리의 절친인 론 위즐리도 쌍둥이 형 중 한 명을 잃고 말죠. 론의 어머니도 벨라트릭스와의 위험천만한 결투 끝에, 다행히 ‘사랑’의 힘으로 물리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위업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덮을 수 없습니다. 벨라트릭스를 죽이는 위업을 쌓느니, 자신의 아들이 살아있길 바랄 것입니다.


자신의 반쪽과도 같은 쌍둥이 형제를 잃은 조지 위즐리도 매우 슬플 것입니다. 하지만 위즐리 가문은 승승장구하고 조지 위즐리도 프레드 위즐리와 함께 발명했던 장난감을 팔며 크게 성공합니다. 해피엔딩이죠.


물론 아이들을 겨냥한 소설이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슬픔을 거의 다루지 않는 게 부자연스러울 정도라서 역설적으로 그 슬픔을 계속해서 생각나게 합니다. 돈, 성공, 명예 모두 중요하지만 소중한 사람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이들의 희생이 있기에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었겠지만, 해리포터의 결말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더욱 커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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