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에서의 문화충격 2탄

[한국의 문화와 외국의 문화] 시리즈

by 윤드류

충격 또 충격이다.


약 1년, 총 10개월간 피지에 살았지만, 충격이 그칠 날이 없었다. 물론 재밌었다.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중2병 때문이었는지, 세상에 주인공은 나라는 강한 근자감 때문이었는지, 안전불감증 때문이었는지,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위험조차도 재밌었다.


2탄은 1탄에서 말했던 것처럼, 다크편이다. 길게 끌지 않고 바로 시작!



문화충격 2-1. 피지에서는 쿠데타(coup d'Etat)가 있었다.


- 내가 피지로 유학가기 바로 전년도, 피지에서는 쿠데타가 있었다. 피지는 원주민인 피지언(Fijian)과 인도에서 온 인도인(Indian)이 반반씩 구성하고 있었다. 인도인들이 더 똑똑했기 때문에 금방 피지의 주류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도인 총리까지 탄생했는데, 그러면서 인도인 우대정책을 많이 펼쳤다고 들었다. 그렇게 차별대우를 받은 피지인들이 인도인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 말로만 듣던 AK소총을 들고 정부를 엎어버렸다. 쿠데타는 성공했고, 인도인 총리는 감옥에 갖혔으며, 피지인들은 소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물론 내가 갔을 땐 쿠데타는 마무리 되어있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흉흉했다.


- 총리는 섬으로 이루어진 감옥에 수감되었고, 인도인들과 피지언들의 사이는 안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딱히 그런 기류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 모든 게 좋아보였을 때라서 내가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 피지에서 지냈던 집의 주인은 인도인이었고, 피지 애들이 습격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지만, 그 집을 소개해 준 한국인 중개사가 일부러 겁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충격 2-2. 피지에는 빌리지가 있다.

**주의! 카더라입니다. 피지에 살면서 들었던 도시전설입니다.


- 피지는 경제가 매우매우 좋지 않은 빈국이다. 피지에는 인도인과 중국인이 많은데, 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부자는 아니라도 경제활동을 하며 먹고 산다. 하지만 피지인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피지인이라고 무조건 못사는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 그 중 빌리지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는데, 거기에 못사는 사람이 몰려산다. 빌리지의 지도자는 추장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모른다. 듣기만 했을 뿐...) 빌리지는 빌리지만의 룰이 있어서 거의 치외법권지역이나 마찬가지이고 추장의 명에 절대복종한다고 한다. 피지라는 국가의 법에는 따르지 않는다.


- 피지는 극빈층이 너무나도 많다. 이 극빈층은 무리를 지어서 집을 턴다. 집을 털때 그냥 유리창을 깨고 문을 따고 들어와서 터는게 아니라, 거대한 트레일러 트럭을 끌고와서 문자 그대로 집을 탈탈 털어간다. 특히나 당시 피지로 유학 또는 이민갔던 한국인들은 반드시 김치냉장고를 구입해서 갔었다. 왜 그런진 몰라도 무조건 가져오라는 국룰아닌 국룰이 있었다. 냉장고 하나도 장만하기 힘든 피지인들에게 한국인들은 갑부나 다름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치가 그리운(혹은 곧 그리워질) 사람이 많을테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를 가져오라는 충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만 내 경우에는, 딱히... 굳이 김치냉장고가 필요했었을까 싶다.)


- 어쨋든 피지인들은 한국인을 타겟으로 삼을 때가 많았다. 다만, 구데타와 다른 범죄 때문에 모든 집은 쇠창살로 창문과 문을 막아두었었다. 그래서 한국인의 집은 쉽게 털지 못했다.


(쇠창살은 자물쇠로 잠가두는데, 피지에서 자물쇠를 사면 복사키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에서 커다란 자물쇠를 사오라고 했었다. 자물쇠를 파는 곳에서 복사키를 무조건 준비해둔다고 하는데, 아마도 경험담이었을 것이다.)


- 우리가 살았던 집 바로 옆도 한국사람의 집이었는데, 별로 교류는 없었다. 경계심이 매우 높았던 가족이었다. 지나가다가 인사도 안했었고, 했던 말은 그저 우리가 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시끄럽다고 주의줬던 말 뿐이었다. 하지만 어쨋든, 그 집으로 이사온지 한달정도 되었을 때, 옆집이 털린 적이 있었다. 아주 제대로 털렸었다.


- 아침에 그 집에 도둑이 들었던 것을 알고 우리가 가장 놀랐던 것은, 우리는 자물쇠를 잠그지 않고 잤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도어락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집은 자물쇠를 3개 이상 잠궈야 하는 문에 아직 적응이 덜 되어있는 상태였다. 털렸던 날 새벽 옆집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누나가), 원래도 종종 있었던 일이기에 아이가 또 소리 지르나보다 하고 그냥 잤었다.


- 알고보니 도둑이 들었던 것. 앞서 얘기한 것처럼, 피지는 도둑들이 집을 털 때, 정말 확실히 턴다. 냉장고, 김치냉장고는 물론 집안에 있던 것을 싹 쓸어간 후, 집에 있던 차까지 운전해서 트레일러 트럭에 싣고 갔다. 일주일 후에, 정확히 같은 차가 우리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중고차 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옆집이었지만, 그다지 교류가 없어서 나한테는 크게 와닿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기억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었고, 우리에겐 천만 다행으로 운이 좋았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 피지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같은 골격을 가지고 있다. 흑인에, 뼈가 두꺼워 보이고 온몸이 근육질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중에 듣기로, 옆집이 털렸을 때, 그 집 아빠가 반항했지만 한대 제대로 맞고 기절했다고 한다. 나는 피지인 아이들과 재밌게 잘 지냈고, 운동으로도 경쟁하면서 딱히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어쨋든 골격이 정말 태생부터 다르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다.


- 어쨋든 그 후로, 옆집이 경찰을 불렀지만, 며칠 후에 왔었고(확실한 건 그날은 안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털어가는 사람들은 빌리지 출신이라서 검거도 힘들거니와, 검거한다 하더라도 빌리지 추장이 풀어달라하면 풀어줘야 한다고 했었다. 무시무시한 곳이다. 나는 잠에 들 때 항상 알루미늄 야구배트를 머리맡에 두고 잤다. 그거만 있으면 내가 이길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중2병이 이렇게 무섭다.



문화충격 2-3. GTA 게임을 아는가? 현실로 느끼고 싶다면 피지로 오라.


- GTA는 게임답게 목표가 있고, 미션이 있다. 하지만 GTA라는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차를 털고, 지나가는 행인을 뚜드려 패고(혹은 죽이고) 경찰과 추격전을 하는 걸 가장 먼저 경험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피지는 그게 현실로 이루어진다.


- 우리는 자전거를 좋아해서, 한국에서 있던 자전거를 가져갔었는데, 자전거 탈만한 곳을 묻자, 절대 시내까지 타고 가지 말라고 했다. 시내에서만 타는 건 아마 별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도 위험하긴 하지만.... 어쨋든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재미는 있었다. 실제 일어났다면 무시무시 했겠지만.


- 한국인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갑부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표적이 된다. 근데 아주 좋은 자전거(한국에서는 평범한 21단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피지인들이 달려들어서 한대쳐서 기절시키고는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한다.


- 빌리지와는 상관없이, 빌리지 출신들도 이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자전거는 바로 집앞 도로 끝에서 끝까지만 탈 수 있었다.


- 피지에는 피지1(피지 원)이라는 유일한 TV채널이 있다. 만화, 영화, 뉴스 모든 것을 한 채널에서만 볼 수 있다. 위성통신도 없다. 피지1 채널의 뉴스에서는 매일 다른 살인사건을 보도했다. 처음에는 아직 살인범이 안잡혔나 했지만, 피해자나 가해자가 매일 달라졌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옆동네라던가, 건너 도로에 있던 집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던가 했다.



문화충격 2-4. 피지는 사냥개가 기본.


- 피지에서는 도베르만(이라고 하지만 주둥이가 핏불처럼 생김. 도베르만+핏불이 아닐까 추측)을 집마다 길렀다. 매우 무섭게 생겼고, 매우 사나웠다. 다행히 주인의 친구라는 것을 보여주면 문다거나, 해를 입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친해지면 귀여웠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것.



문화충격 2-5. 한국인이 가장 무섭다.


- 비단 피지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면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인이 제일 무섭다. 육체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그렇게 사기를 친다. 아마, 말이 잘 통하니까 사기도 그나마 제일 잘 칠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자세히는 어차피 모르고(피지에서는 그럴 법한 시도만 있었다.) 얘기 해봤자 해외에서 고생하는 한인들의 이미지만 깎아먹으니 더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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