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복수가 허망하다니, 달던데?

[책과 현실]에서 맛보는 통찰

by 윤드류


Revenge is a dish best served cold




햄릿은 복수극이지만, 복수를 향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매우 현실적인 상황을 느끼게 해준다.


답답한 일이 많은 현대에서는 화끈하게 복수해서 화끈하게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컨텐츠가 더 인기를 끌 것이다. 적어도 복수때문에 사람을 죽여야하는데 한 명 죽이느라 100페이지 가량을 소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별 죄책감 없이 다 죽여 넘길 것이다.


확실히 그런 컨텐츠가 킬링타임 용으로는 훌륭하지만, 별 생각할 것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스토리만 보다가 끝난다. 생각을 더더욱 못하게 되고, 그런 복수는 현실에 사는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주인공의 행동에 카타르시스는 느낄 수 있어도 진짜 공감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과의 괴리를 더 크게 느껴 현타가 올 수도 있다.





흔히 복수는 허망하다고 한다. 다른 복수물을 보면 딱히 공감이 안 간다. 달달하기만 하고 복수를 안 하면 고구마 100개 정도 먹은 느낌이다. 하지만 햄릿을 보면 복수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만약 내가 '복수'를 하게 된다면,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는데, 복수의 대상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면 그냥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당장 가서 물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위협을 가했을 것이다.


즉, 복수란 상대방이 너무 거대해서 당장 혹은 근미래에 내가 당했던 피해를 되갚지 못하는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거대한 상대방에게 함부로 복수하려들면 오히려 내가 당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꼭 재벌, 왕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상사, 과장, 부장 등이더라도 당장 복수를 가하면 나만 미친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복수를 하려면 햄릿처럼 모든 것을 다 걸고, 자신의 평판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거나 다치는 것까지 감수해야만 복수를 겨우 이룰 수 있다. 복수하면서 같이 죽을 것이 아니라면, 그 뒷일 때문에라도 고민을 아주 깊게 할 수밖에 없다.


복수를 별다른 피해없이 이뤄낸다면 달디 달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걸 쏟아부어서 복수를 한다면, 그 놈 때문에 인생 망쳐서(혹은 망친 거 같아서) 복수했는데, 결과적으로 복수에 올인하는 바람에 어차피 인생이 망가진다면, 정말 복수한 것일까? 복수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저 정신승리가 될 수도 있고,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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