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 비축구 기지동
문화비축기지의 구성원은 질 높은 문화 향유와 지속 가능한 생태 환경 조성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한다.
기지를 채우는 6인의 하루를 살피고 공원을 방문한 시민 2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을 여는 환경 정비 실무관
"황봉하"
문화비축기지의 탱크가 문을 열기 전 환경 정비 실무관의 하루가 시작된다. 공원의 수목 관리, 계절에 맞춰 심는 꽃, 단정하게 깎은 잔디와 곳곳에 핀 억새까지 실무관의 솜씨다.
Q 문화비축기지의 맥가이버로 불린다고요.
수목 관리뿐만 아니라 화장실 설비 수리·교체까지 많은 일을 맡다 보니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합니다.
Q 업무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잔디 깎는 일입니다. 이발사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균일한 힘으로 평평하게 깎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이 이발을 하면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잖아요. 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맨들맨들한 잔디밭의 멀끔한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만족감이 차오릅니다. 1년에 3~4번밖에 깎지 않아 서운할 지경이죠.
Q 업무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안전입니다. 위험한 장비를 다룰 때 안전모와 귀마개 착용은 필수입니다. 안전모를 쓰면 무겁고 머리가 꽉 조이기 때문에 빨리 피로해집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을 늘려서라도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고사목을 제거할 때 엔진 톱을 사용하는데, 이 작업은 산림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제가 합니다. 많이 다뤄보지 않으면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에코카
공원이 넓고 사용하는 장비가 무거워 늘 에코카를 타고 다닌다. 또 잔해물이나 쓰레기를 정리할 때도 에코카에 실어 나른다.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화비축기지 공원 방문객①
장신록
멋 내고 자주 와요. 같이 온 친구는 내가 자주 데리고 와서 이제 나 없이 혼자서 가끔 온대요. 매봉산까지 이어져 있어 가볍게 걷기 좋아요. 2시간 정도 공원을 걷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 아주 상쾌하지요. 날씨가 좋으면 아예 커피를 들고 나와서 걷고요. 또 전시회를 가끔 구경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도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뻐요.
전시테크니션
"전기수"
문화비축기지의 전시 기획부터 참여해 설치·운영을 전담한다. 전시 현장에 상주하며 작가의 의도를 방문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Q 전시 테크니션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전시 설치·운영에 기술적으로 필요한 일을 합니다. 작게는 전선 정리, 핀 조명 설치부터 전시의 핵심이 되는 프로젝터·영상 스크린 설치까지 도맡습니다.
Q 가장 최근에 진행한 전시는 <기억을 걷는 시간>이죠.
<기억을 걷는 시간> 전시에는 VR을 활용했습니다. 관객이 VR 기기를 통해 작품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갑자기 영상이 끊기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와 소통하고 기계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Q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전시 오픈 하루전날 갑자기 구성을 바꿔야하는 상황이 생길 때 당황하지 않고 처리한 뒤 웃어 넘길 때요.
Q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전시 전날까지 확정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작가가 세세하게 모든 부분을 확인하기 어려우니, 작가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작가의 의도를 녹여내려고 노력합니다. 또 전시가 시작되고 나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공구 주머니
작은 공구, 케이블 타이, 줄자, 연필 등 작품 설치를 위한 공구가 담긴 가방이다. 전시장에 있는 동안엔 늘 착용한다.
시민과 가자아 가까이서 소통하는 해설사
"이현옥"
시민 투어, 야간 투어, 시각장애인 투어, 탱크야 놀자 투어 등 문화비축기지의 해설 투어를 책임진다.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쉽게 지나치기 쉬운 기지의 구석구석까지 챙긴다.
Q 시민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요.
투어는 공원의 얼굴인 안내동에서 시작합니다. 공원에 있는 모든 탱크를 둘러보는 것이 기본이지만, 전시나 공연이 있을 때는 유동적으로 진행합니다. 예전 마포 석유비축기지에서 지금의 문화비축기지로 변하게 된 과정과 오늘날 이곳을 꼼꼼하게 소개합니다.
Q 해설사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해설이 있는 날엔 예약자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방문하기 어려운 공간은 없는지 확인하고요. 오후에 두 번 투어를 돌면 금세 퇴근 시간이 되죠. 해설이 없는 날엔 생태 문화 프로그램 업무에 투입됩니다. 예약 문자를 보내거나 수업을 준비하는 일을 돕지요.
Q 해설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까이에서 시민을 만나다 보니 교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방적으로 해설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거죠. 교감이 잘 되지 않는 날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경계를 낮추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 뒤 해설을 진행합니다.
Q 공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T2 야외 공연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람이 없을 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과 몸이 차분해지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야외에서 즐기는 고요와 적막이 일품입니다.
* 태블릿 PC와 마이크
태블릿 PC로 과거 문화비축기지의 모습과 다양한 행사 사진을 보여주면서 투어를 진행한다.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마이크는 필수.
기지의 근본인 봉사자를 관리하는
"김은미"
탱크유 시민 자원 활동가, 일일 자원봉사자를 관리한다. 전시, 행사, 공원 안내를 위한 자원봉사 업무가 잘 운영되도록 묵묵히 뒤에서 애쓴다.
Q 기지에 방문하는 자원봉사자를 관리한다고요.
봉사자는 기지에서 열리는 전시, 문화 행사의 관리·운영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이들을 아우르는 것이 저의 역할이고요. 시민 자원 활동가인 탱크유와 일반 자원봉사자를 관리하고 봉사 교육을 진행하며, 봉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Q 업무에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봉사자가 지닌 개성과 장점을 찾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알맞은 역할을 주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가끔 이런 마음이 통해서 각 공간이나 활동에 더욱 열정을 가지고 봉사에 임하거나 보람을 표현해주는 이들이 있을 때 자부심을 느끼고요.
Q 팬데믹으로 예전만큼 봉사자가 많지 않다고요.
하루빨리 다양한 축제와 행사로 기지가 북적이고, 시민 자원 활동가들이 다양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들과 함께 저 또한 바빠지는 날을 기대하고요.
* 자원봉사 활동 일정표
봉사자의 이름과 연락처, 봉사 활동을 신청한 날짜가 적혀 있다. 날짜 변경이나 예약, 취소 등으로 변동이 잦아 일정표는 늘 어수선하지만 김은미 실무관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이다.
무대 행사의 '필수템' 시설 정비 실무관
"김동진"
무대 음향·조명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실무관으로, 무대 공연에서 이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멋진 공연 뒤에는 그들의 땀과 노력이 서려 있다.
Q 시설 정비 실무관은 어떤 일을 하나요.
문화 행사나 공연 전시에 필요한 조명·영상·음향 장비를 지원하고 관리합니다. 상황에 따라 조명을 직접 설치할 때도 있고요.
Q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저는 시설 정비 파트 중 조명과 통신 업무를 담당합니다. 공연이나 행사가 없을 때는 CCTV와 통신 관련한 업무를 보고, 문화비축기지는 친환경 지열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이 시설을 보수·관리합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무대 조명을 제어하는 일입니다. 극장에서 조명 감독으로 일했고, 조명에 따라 인물이 움직이고 인물에 따라 시민들의 시선이 흐를 때 묘한 전율이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시민들의 피드백을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좋고요.
Q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장비가 무겁고 높은 곳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와 관객석이 구분되지 않는 공연일 경우 특히 안전에 더 신경 씁니다.
* 조명 컨트롤 박스
무대 조명을 컨트롤하는 박스다. 모니터로 공연을 보면서 타이밍에 맞춰 조명을 제어한다
문화비축기지 공원 방문객②
김종면·이예진·하늬
집은 은평구인데 강아지 산책 겸해서 일부러 문화비축기지를 방문해요. 계절마다 분위기가 변해서 가끔 깜짝 놀랄 때도 있어요. 지난 주에 왔을 때는 안 그랬는데, 오늘은 완연한 가을이네요. 사람이 붐비지 않아 여유를 즐기기 좋아요. 또 24시간 개방이라 새벽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고요. 여름철 새벽에 공원을 걸으면 안개가 끼는데,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요. 마치 환상 숲 같아요.
24시간 공원을 지키는 시설 경비 실무관
"전용준"
시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불철주야 기지를 지키는 경비 실무관. 이들의 눈을 피할 수 없으니 공원 에티켓은 잘 지키도록 하자.
Q 경비 실무관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행사가 있는 날은 순찰과 안내 업무로 바쁘지만, 보통의 기지는 평화롭습니다. 심야 운동을 즐기는 시민을 만나거나 고라니나 꿩이 내려와 운동장에서 노니는 모습을 감상하지요.
Q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순찰과 정비도 시민을 위한 일이지만 안내동에서 다양한 시민을 마주하며 도움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이의 엉뚱한 질문도 대충 넘기지 않고,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등 소소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 역시 제 일이죠. 최근 한 외국인이 방문해 번역기 앱을 켜서 짧은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Q 문화비축기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T4는 과거 석유비축기지의 정체성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장소예요. 아무도 없을 때 소리 한 번 지르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합니다.
*경광봉·손전등· 순찰 시계·무전기
야간 순찰을 위한 경광봉과 어두운 길을 밝히는 손전등이다. 순찰지를 체크하는 순찰 시계와 멀리 있는 경비 실무관과 소통하기 위한 무전기는 늘 지니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