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우리는 왜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매년 발간되는 <국민여행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볼거리 제공’과 ‘여행지 지명도’가, 여행지 활동으로는 ‘자연 풍경 감상’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잠깐,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은 단연코 공원이 아니던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원은 정말 많다. 미국 뉴욕에 자리한 현대 도시 공원의 시초 ‘센트럴파크’와 재생 공원의 대표 격인 ‘하이라인’,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보이는 ‘마르스 공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필수 관광 코스인 ‘구엘 공원’, 독일 베를린의 ‘티어가르텐’과 ‘템펠호프 공원’, 전 세계 놀이공원의 원조 덴마크 ‘티볼리 공원’ 등 셀 수없이 많은 공원을 여행 중 관광지로 만날 수 있다. 최근 10년 동안은 문화비축기지처럼 역사적 공간에 현재의 가치를 더해 재탄생시킨 공원이 더 주목받고 있다. 뉴욕 하이라인은 버려진 철도를 재생한 공원으로, 뉴욕시 관광 상품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를린 템펠호프 역시 독일 역사에서 유서 깊은 장소로, 1941년 개설한 공항이 2008년 폐쇄된 후 남은 공항 부지와 건물을 활용해 조성한 공원이다. 템펠호프는 국내 공항 재생 관련 이슈로 더 주목받은 곳으로, 2010년 오픈부터 베를리너가 가장 사랑하는 공원 중 하나가 됐다. 넓은 비행기 활주로는 스케이트, 자전거, 보드를 타기에 좋은 장소가 되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끈다. 과거 시설을 재생한 공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조성된 공원과 차별되는 공간 특유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시설은 역사적으로 겹겹이 쌓인 시간과 지역 커뮤니티의 기억을 축적한다. 축적된 시간과 기억은 특정 장소에만 존재하는 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시민과 소통하며 고유한 장소성을 이끌어낸다. 현재의 요구와 가치를 반영한 아이디어와 식물이라는 생태 환경을 더해 재창조되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유사하게 조성된 공원과는 다른 독특함을 지닌 비일상적 장소가 탄생하는 것이다.
과거 모습 중 일부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공원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고 사람을 불러 모은다. 매력적인 공원은 지역사회의 새로운 역량을 강화하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역을 유지하고 활성화해나가는 일상적인 공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히 외지에서 방문한 사람들에게 관광지 역할을 하기 위한 공원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평상시 즐겨 찾는 일상 속 살아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때 공간의 가치가 더 빛나는 법이다.
우리는 이런 공원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벤치에 앉아 독서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곳에 거주하는 뉴요커, 파리지앵, 베를리너의 일상 중 일부를 경험해 볼 수 있다. 공원은 낯선 사람도 기꺼이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열린 공간이다. 잠시 나의 일상을 벗어나 낯선 비일상을 경험하는 설렘이 여행의 묘미 아니던가. 우리는 일상과 다른 비일상을 추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코로나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멀리 떠나지 않아도 쉽게 갈 수 있는 익선동, 힙지로 등 독특한 ‘갬성’을 지닌 장소에서 잠시 비일상을 누리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여가 시간에 공원을 방문해 독서, 피크닉, 자전거 타기 등 자신만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과 함께 ‘#공원여행’, ‘#공원관광’, ‘#공원힐링’ 등의 해시태그가 붙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게시물도 종종 눈에 띈다. 이제 우리도 공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익숙한 듯 낯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고하정 도시의 공원 녹지를 바탕으로 문화 서비스를 연구하는 도시 공간 연구자이자 오픈 스페이스의 생성과 활용을 궁금해하며 자료를 수집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다.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지원을 받아 <도시 공원을 탐하다>를 출판했고, 최근에는 지역 문화가 담긴 장소와 로컬 관광의 연결을 궁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