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이유

[밤 9시 글쓰기} 24.10.15.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아시아문화전당

by 쿰파니스

대전에 성심당이 있고

군산에 이성당이 있다면

광주에는 아문당이 있다.


지역 명소 빵집에 빗대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그리 부른다.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났던 곳에 자리잡았다.

옛 전남도청 건물을 중심으로,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도서관, 전시관, 극장, 광장 등이 있다.


15회 광주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다.

시내 여러 곳에 국가, 도시, 기관 등이 참여한 31개 파빌리온이 자리잡았다.

파빌리온(Pavilion)이란 박람회나 전시회에서 임시로 만들어 사용하는 장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5관과 6관에 9개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세안, 한국국제교류재단이다.


집에서 가까워 짬짬이 여러 번 다녀왔다.

보고 또 보았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백 번을 본다고 해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작품도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음인지,

‘인문지행’에서 관람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참여하였다.

평일인데도 북적였다.

외국 관광객도 눈에 띄었고.


전체를 안내하는 책자가 있고, 작품에 따라 해설도 붙었다.

문제는 작품 못지않게 해설도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말이 그렇게 어렵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이런 의문도 들었다.

해설을 쓴 사람은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렇게 어렵게 쓰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 파빌리온이 제일 친절했다.

주제가 ‘자유의 장소’였다.

역사적, 일상적, 내적공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형태의 혁명을 추적하고, 위치시키고, 기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쓰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일곱 작가가 참여했다.

그중 ‘비제이 빌랴프랑카’ 작품을 보면,

‘급증’과 ‘빌리브’라는 사진 두 장이다.

아주 흔들리고 초점이 맞지 않은 듯 흐릿한 흑백 사진이다.

하나는 태풍이 지나간 뒤의 흔적처럼 보였다.

다른 하나는 군중이 하늘로 손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해설은 이랬다.

조심하여 한 자도 틀리지 않게 옮겼다.


“단체 집결과 재해를 입은 지역사회의 이미지를 두 가지 양식의 나란히 연출함으로써 공동의 경험 속에서 믿음이 드러나는 두 가지 형식을 관찰한다. 하나의 방식이 대치되는지 일치되는지는 관객이 직접 판단하게 된다. 이미지에 각인된 믿음과 투쟁의 방식으로서의 믿음을 통해, 빌랴프랑카는 집단의 절박함과 희망에 대한 이중성 속에서 자유를 드러낸다.”


당췌 모르겠다.

대개의 작품 앞에서 무식이 탄로날까 적이 염려하여

고개를 갸웃하기도 끄덕이기도 했다.

가끔 옆 사람들의 표정도 훔쳐보면서.


파빌리온과 관련 없는, 야외에도 전시작품이 있었다.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좁고 기다란 천을 가운데가 축 처지게 늘어뜨려 연달아 걸어 놓은 작품에 눈길이 갔다.

다른 곳에서 봤다면 염색한 천을 널어 말린다고 했을 모습이다.

마침 작가가 촬영 중이어서 설명을 부탁했다.


글처럼 말도 어려웠다.


“보이스가 작아서요.

광주 베이스가 아녜요.

미러 패브릭은 바람의 모습을 담으려는 시도에요.”


이것도 해석을 해야 했다.


“제 목소리가 좀 작아요.

광주에서 활동하지 않아요.

거울처럼 반사되는 천은 바람의 모습을 담으려는 시도에요.”


이해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작가가 그렇다고 하니까.

내가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런 고급지고 세련된 표현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백 마디 설명보다 한 번의 예시가 더 설득력이 뛰어났다.


나만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 안내했던 분 말씀에 큰 위안을 얻었다.

“말장난인지 엿 먹으라는 것인지 원.

들으면 그런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쯧.”


미술이나 춤이나 음악처럼, 글쓰기도 자기표현이다.

글을 쓰는 이유 중에는 미학적인 요소도 있다.

그리 본다면 예술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거기에 빠져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건 아닌지.

과연 나는 제대로 쓰고 있는지.

파빌리온 작품을 생각하며 글쓰기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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