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룻동안

밤 9시 글쓰기. 24.10.13. 일요일 고구마 책 도서관

by 쿰파니스

6시 30분.

너무 일찍 일어났다.

일요일인데, 조금 더. 양 한 마리, 두 마리, ... .

정신이 더 맑아졌다.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반바지 아래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가을이 이렇게 깊었나.

많이도 나오셨다.

휴일은 좀 쉬시지.

4km를 30분 뛰었다.

찬물을 끼얹으니, 정신이, 번쩍, 났다.

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렸다.

며칠 전부터 속을 썩이던 안방 전등 스위치를 고쳤다.

전기 쓸 일이 많아져 콘센트도 구멍 많은 걸로 바꿨다.

조금 꼼지락거렸을 뿐인데 11시가 넘어간다.

어제 남광주 새벽시장에서 고구마 한 봉지 사 왔다.

선명한 보라색에 키위만 한 게 맛있어 보였다.

밤고구마라고 했다.

희한하게도 고구마는 김치를 곁들여야 목이 메지 않는다.

점심으로 열무김치를 곁들여 세 개를,

보릿고개 가난한 식사처럼 먹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커피를 마셨고, 재즈를 들었다는 것.

‘마일즈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고구마를 먹을 때도 잘 어울렸다.

점심을 마치고 중앙도서관 마실을 나섰다.

사는 집에 나처럼 고마워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도서관이 이웃집 같다.

산수도서관과 중앙도서관 둘 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산수도서관은 그제 저녁 먹고 다녀왔다.

두 곳에서 가져온 책이 열 권.

김서령, 조지 오웰, 박찬일, 무라카미 하루키.

묘사를 잘한다고 소문 자자한 작가를 골랐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닌 고르는 일을 했다.

대개 도서관에서 가져다 보는 편인데, 남의 책이다 보니 단점도 크다.

줄도 긋고 낙서도 하고, 나중에 또 봐야 할 때도 있는데,

빌린 책은 그게 안 된다.

사야 할 책이 정해지면,

인터넷에 주문을 넣거나, 동네 서점으로 나들이 간다.

집에서 걸어 20분 거리에 세 곳이 있다.

두 권을 골랐다.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와

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이다.

사회심리학자 김정운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가 서재에 있는 책을 보고 다 읽었느냐고 묻기에,

안 읽어서 두었지 읽은 책을 왜 두느냐고, 답했다 한다.

나 역시 사놓고 먼지만 쌓여가는 책이 있다.

그래도 또 산다.

특별한 날 한 번만 입더라도,

철 바뀌면 옷을 사듯이.

고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즐거움도 있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다.

얼떨결에 위스키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술 못 마시는 것을 처음으로 한탄했다.

술 먹는 걸 알려주지 않고 일찍 돌아가신 선친을 원망했다.

밤 10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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