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글쓰기] 24.10.20. 장흥군 여행 회진 이청준 한승원
어젯밤 비에 찬바람이 실려 왔다.
가을이 깊어져 간다.
금목서가 지고, 은목서가 피었다.
동목서까지 피면 겨울 초입이다.
내일 모레 또 비다.
일요일, 오늘 하루 쨍하다.
금요일 마님을 보고 왔으니 딱히 할 일도 없다.
화요일에 가기로 한 스케치 여행을 앞당겼다.
전라남도 22개 시군 여행기를 쓰는 중이다.
한 달에 두 번, 나주부터 완도까지 아홉 곳을 마쳤다.
화순매일신문과 오마이뉴스에 싣는다.
이번은 장흥군.
밤늦게까지 장흥 공부한답시고 늦잠을 잤다.
아침 9시에, 계획보다 한 시간 늦게 출발했다.
여행의 묘미는 뜻밖의 발견이다.
본래는 보림사, 정남진토요시장, 동학혁명기념관, 회진항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정남진전망대와 탐진강변 정자 두어 개 볼 요량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해임되고,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칠천량에서 침몰당할 때,
경상우수사 배설이 판옥선 12척을 이끌고 전선을 이탈하였다.
서쪽으로 도망하여 장흥 회령포, 지금의 회진항에 숨었다.
그곳엔 수군진 회령진성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후 복직하여 이곳에 머물며 군대를 정비했다.
명량해전 대승리의 전초지 역할을 하였다.
이를 기념하여 10월 초 ‘회령포 이순신 축제’를 연다.
이번 여행기는 회령포 이순신 장군 이야기로 마칠 계획이었다.
회진항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보건소 앞 코스모스에 취해 멋대로 흘러갔다.
1만 5천여 평 둔덕은 갈대만 무성한 버려진 땅이었다.
회진면에서 이곳에 코스모스를 심었다.
갈대와 코스모스와 바다가 잘 어울렸다.
뒤로는 회령진성 너머 천관산이,
앞으로는 노력도와 탱자섬이,
분위기를 더했다.
짝을 이뤄, 아이 손을 잡고, 여럿이 더불어.
모두 가을 풍광에 빠져들었다.
여행기 수정을 고민하며 한동안 꽃밭을 서성였다.
40대 후반, 5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멋진 분들이었다.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오셨는지.
아무리 봐도 안면이 없다.
됐거든요. 저 그쪽 취향 아니거든요.
통성명을 했다.
회진면장이고, 회진면 발전위원회장이다.
관내를 찾은 분들 불편이 없나 살피러 나왔고.
‘황조가’ 부르며 외롭다던 ‘유리왕’처럼 보여 물었다고 했다.
회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봄 회진은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 회진은 메밀꽃과 코스모스 가득하다는.
한승원 생가도, 이청준 생가도 덧붙였다.
선학동에서 천년학 세트장 보고, 메밀꽃 구경하고,
<서편제>를 쓴 이청준 작가 만나러 진목마을 다녀오고,
<아제아제바라아제>를 쓴 한승원 작가 보러 한재 넘어 덕도 돌아 나오니,
짧은 가을 해가 천관산 꼭대기에 걸렸다.
여행 취재가 그랬다.
떠날 때 세웠던 계획은 돌아올 때 언제나 바뀌었다.
마치 삶처럼.
아, 면장님.
장흥 여행기에 회진 이야기 꼭 넣을 테니 염려 마소서.
덕택에 회진 여행 잘했으니 당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