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독서 인구도 늘렸다

[밤 9시 글쓰기] 24.10.21. 동네책방 인터넷서점 도서관 대형서점

by 쿰파니스

동네 책방이 사라졌다.

그걸 탓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한몫했으니까.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니,

서점 들를 일이 없어졌다.

어느날 보니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없었다.

큰 서점만 멀리에 있다.

때론 청개구리와 같아서 사라진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도서관과 전자책과 인터넷 서점에서는 해결이 안 되는.

멀리까지 큰 서점을 찾아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서가를 돌며 뜻하지 않는 책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다.

마치 여행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마주하는 것처럼.

동네 책방이 생겼다.

집 가까이에 세 곳, 아니,

몇 걸음 더 보내면 네 곳이다.

대개가 대형서점 한 코너보다 작다.

책방마다 파는 책도 달라,

슬쩍 훑어만 보아도 주인장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을 읽을 의자와 테이블도 있다.

커피를 내려주고, 스콘이나 쿠키를 구워주기도 한다.

한나절쯤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괜스레 주인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소년이 온다>가 왔다.

딱 10일 걸렸다.

지난 11일,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두 권을 주문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17일에 왔다.

동네 책방에 없어서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늦어 미안하다고 두어 차례 문자가 왔다.

화는 나지 않았다.

예상해서다.

그사이 서점을 둘러보았다.

걸어 간 동네 책방에서는 구경도 힘들었다.

차 타고 간 대형서점에는 산처럼 쌓였다.

이런 설문조사를 했었나 보다.

한강 작가의 책을 읽겠느냐고.

공짜로 준다고 해도 읽지 않겠다는 인구가 대략 25%였다.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이건 대단한 수치다.

우리나라 1/3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한강이 큰일을 해냈다.

독서 인구도 늘렸다.

출판사는 동네 책방을 띄엄띄엄 본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 같다.

동네 책방 다 합한 것보다 대형서점 하나를 중시하는 듯하다.

한강 작가 작품을 동네 책방에 우선 배포했다면 어땠을까.

뉴스 화면은 대형서점에 몰려 길게 늘어선 인파였다.

동네 책방을 꾸준하게 드나드는 모습이 더 멋지지 않았을까.

문화 저변 확대를 말로만 하지 말고.


포장을 뜯었다.

냄새를 먼저 맡는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물 냄새와는 다르다.

습기를 머금고 마르기를 반복하기에 오래될수록 짙어진다.

새 책은 방금 베어낸 나무 냄새가 난다.

그래서 새 책은,

굳이 읽지 않더라도 머리맡에만 두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