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는 무슨 일이?
샌프란시스코는 전동킥보드를 금지시켰다. 정확히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내 떠오르고 있는 ‘전동스쿠터 공유’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다. 국내 자전거 공유 서비스와 비슷한 샌프란시스코의 전동킥보드 공유 시스템의 시작부터 서비스 규제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전동킥보드 혁명의 시작
“교통체증 그만! 대중교통도 불편해!”
샌프란시스코의 도로 교통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울퉁불퉁 파여있는 좁은 도로에 수 많은 차량이 교통체증을 만들어 낸다. 어차피 차가 막히는 탓에 빨리 가지도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고의 수단은 전동스쿠터(전동킥보드)였다.
이 기회를 잡은 전동킥보드 공유 대표 스타트업 업체는 버드(Bird)와 스핀(Spin), 라임바이크(LimeBike). 이용 방법은 심플하다. 해당 업체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고 간단한 인증을 거친 후, 지도에 표시된 자신의 위치 주변 전동스쿠터를 찾아간다. 각 스쿠터에 QR코드(잠금장치)를 어플에 연동하여 해제한 후 지불 방법을 선택하여 이용하면 된다. 글로 쓰니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히 말하면 어플을 켜 전동킥보드의 잠금을 풀고 비용 지불 방법을 선택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5달러에서 20달러까지, 쏠쏠하네!”
공용 자전거는 특정 자전거 거치대에 주차해야 하는 것과 달리 전동스쿠터는 원하는 아무 곳에나 놓고 가면 되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큰 반응을 얻었다. 게다가 전동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인 ‘충전’ 부분을 역이용하여 미국 10대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버드(Bird)이다. 버드는 충전이 필요한 킥보드를 지도 위에 표시하여 사용자들에게 충전을 하게 하고, 최소 5달러에서 최대 20달러의 보상을 제공했다. 새로운 ‘용돈벌이’ 수단이 되며 기대보다 빠른 시간에 버드를 알리게 된 계기가 되어 마케팅 비용과 충전을 위한 추가 인력 비용을 동시에 절약했다.
전동킥보드 혁명, 흑과 백
전동스쿠터 공유 시스템은 등장과 동시에 급성장하며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장악했다. 오스틴, 워싱턴DC 등의 도시에도 서비스를 시작했을만큼 미국 전역에 걸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두고 ‘전동스쿠터 혁명’이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좋기만 했다면 시발점이 된 샌프란시스코에서 금지 조치를 내릴 이유가 없다. 결정의 이유가 무엇인지 더 알아보자.
“이렇게 편리한데 친환경적이잖아!”
많은 사람들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매일 꽉 막힌 도로 속에서 짜증 속에 이동하는 것보다 싸고 간편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또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는 것이 아닌, 전동킥보드를 세울 수 있는 아무 곳에 두고 이용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번거로울 것도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업체들은 통행로를 막지 않는 곳에 둘 것을 권장하지만, 말 그대로 권장 사항이다.
게다가 ‘전동’, ‘전기’ 스쿠터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18세 이상으로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용 지불을 위한 신용카드가 있고, 헬멧을 착용하여 도로로 주행해야 한다는 조건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한 몫 했다.
“이대로는 못 참아!”
전동킥보드가 거리를 점령할 수록 보행자와 주민들의 반감은 높아져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더들이 최대 장점으로 꼽았던 ‘주차’ 때문이다. 통행로를 막지 않는 곳에 주차하라고 하지만, 실제로 단속이 들어가거나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 보도에 장애물처럼 떡하니 놓여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교통국(SFMTA)에 시각장애인과 다른 비장애인이 보행 중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진 사고 사례가 보고되었다.
게다가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기본 법률을 지키지 않는 라이더가 대다수인 것도 문제이다. 거의 모든 이용자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며, 차도 가장자리에서 주행해야 하지만 보도(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달려 위험하다는 것이 보행자들과 주민들의 의견이다.
전동킥보드 혁명, 샌프란시스코의 대책
보도(인도)에서 전동스쿠터를 탄다거나, 주행 중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것, 1인용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에 두 명이 올라 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불법이다. 불법을 행하는 라이더들이 많아지고, 보행자 도로가 공유 전동킥보드로 엉망이 되자 샌프란시스코는 팔을 걷어부쳤다.
“지금까지는 아무나 했지만, 이제는 안 돼.”
샌프란시스코 시립 교통국은 일단 모든 업체의 전동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금지한 상태이다. 6월 4일부터 정해진 기간까지 어떤 업체의 전동킥보드가 발견되면 하루에 100달러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다소 강경한 정책이다.
대신,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4일까지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신청서를 접수 받았다. 올해 7월부터 12개월에 걸쳐 전동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컨트롤할 계획이다.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 중 총 5개의 업체를 선정하여 업체당 500대, 총 2500대의 전동킥보드만 허용하는 것이 파일럿 계획의 큰 골자이다. 첫 6개월은 안정화를 위해 1250대로 제한 운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서비스되는 전동스쿠터의 수를 제한하면 외곽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서비스 이용이 불편할 것이라며 차량 수에는 제한이 없는데 왜 한계를 두는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몇 달 동안 도시 거리와 보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동킥보드 혁명, 규제는 법 개정을 위한 것
이런 샌프란시스코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보면 공유 사업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18세 이상이면 운전면허가 없어도, 헬멧을 쓰지 않아도 전동스쿠터를 탈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최고 속도가 32km/h가 넘지 않는다면 자전거와 같은 기준을 두겠다는 의미이다.
“국내 법 개정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샌프란시스코의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현 도로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며 전동킥보드, 전동휠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옛날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부랴부랴 최고 속도 제한을 걸었지만, 25km/h의 속도로 차도 주행을 하는 것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속도 제한을 해제하거나 자전거도로, 인도로 주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스마트 모빌리티에 관한 법 개정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대두되어 왔다. 자동차 운전자와 전동킥보드, 전동휠 라이더 모두를 100% 만족시키는 법안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게 하는 현재의 법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 탁상공론만 펼치는 것이 아닌 실제적인 환경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법 개정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