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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리 Feb 26. 2020

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한 공간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목적없이 무용하며 평안하고 아름다운 시간, 어쩌다산책

찾아간 공간: 어쩌다 산책(어쩌다 프로젝트)

발견방식: 지인을 통해

주요기능: 카페+서점

매력요소: 커피- 차- 도서 큐레이팅, 도심 속 이색 산책 공간


01.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평생을 수원에서 살았다. 수원에 방문할 일이 있는 지인들은 나에게 수원에 있는 맛집을 물어보곤 했다. 수원에 코로나바이러스 19 확진자가 나왔을때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작년 말 취업을 하면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 집과 직장 인근인 종로와 중구 일대를 주 활동 무대로 다니다 보니 지인들도 주로 이 근처에서 만나고있다. 당연히 SNS에 올리는 사진도 종로나 중구 주변이 되었다. 최근에는 지인들이 을지로나 종로에 있는 맛집이나 카페, 펍 등의 정보를 달라고 연락한다.


수원에 살 때는 나를 둘러싼 정보가 모두 수원 중심으로 돌아갔는데 이제는 중구, 종로 일대를 둘러싼 정보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동네에 있는 여러 공간의 정보에 따라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로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정보가 '나'라는 존재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이런 뜬금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답을 찾으려고 한 질문은 아니다. 그저 공간을 중심으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내가 살고 일하는 동네가 낯설고 이 동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데 이렇게 동네를 알아가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길을 걷다가 동네에 대한 정보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하고 그 사진을 통해 정보를 더 찾아보려고한다. 얼마전 출근길에 종로에 대한 홍보물을 발견했다. 이 글을 보고 종로에 내가 안 가본 곳이 있다면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발견한 종로구 관광 홍보물

이런 홍보물은 바라보는 사람에게 일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라는 것도 소통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이라는 것은 일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것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공간과 관련해서 사람들과 소통할 때, 주로 사람들은 장소과 관련된 정보를 나에게 얻기도 하지만 좋은 장소를 발견하면 나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지인들은 나의 주 활동지를 알고 있고 나의 취향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나는 여러 사람에게 받은 정보를 또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장소와 관련된 정보들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혹은 '나'를 중심으로 동네의 정보가 교환-소통되고 있는 것이다.

 



02. 공간이 나를 발견하는 방식


아래 사진은 대학로에 <어쩌다 산책>이라는 카페에서 지인이 보내온 사진이다.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이사진이 나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이 카페가 내가 살고있는 동네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카페를 탐방을 즐기고 책이 많은 공간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음료의 데코로 나온 시나몬 스틱을 모으고 있다.

사진을 보내온 지인은 나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취합해 사진 한장으로 내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대학로에 위치한 <어쩌다 산책>에서 지인이 보낸 한장의 사진

지인이 보내온 사진을 통해 전달된 정보가 나의 취향과 잘 맞는지를 확인해 봐야겠다는 욕망이 샘솟았고 최대한 빨리 대학로에 있는 <어쩌다 산책> 을 방문해서 직접 공간을 경험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쩌다'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 음료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나에 대한 정보, 취향을 잘 아는 지인이 보내온 단 한장의 사진을 통해 공간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어쩌다 산책>은 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한 것이다.




<어쩌다 산책>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어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하기는 어려운 장소다. 지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서 그나마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건물 외부에서 봤을때와 달리,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완전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공간을 참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음료를 마시는 공간과 책을 읽는 공간이 카운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분리되어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톤과 나무 재질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차분히 차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다.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보니 커피업계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브랜드인 FELT COFFEE 커피를 사용한다는 문구를 발견해서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커피맛은 주관적 기호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는것이 좋을것 같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정원 너머, 책이 진열되어있는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쩌다 산책
목적 없이 무용하고 아름다운 시간


03. 공간과 관계맺기


커피를 다 마시고 책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며 매장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어쩌다 산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혹시 책과 관련된 회사가 만든 공간인가요?"

점원은 "아니요. 망원동에 있는 어쩌다 가게 처럼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아! 그 어쩌다 가게요? "

몇년 전 친구들과 망원동에 있는 'Wit Wheat'를 찾아가려고 정보를 찾다가 '어쩌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기사(https://news.joins.com/article/20607680)를 봤던것이 생각났다.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어쩌다 프로젝트는 매우 흥미있는 시도이면서 그 활동이 사회적으로도 시사점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사람도, 공간도 이렇게 우연히 다시 만나는 느낌이 참 좋다. 공간도 사람처럼 인연이 있나보다.

<어쩌다 산책> 의 책이 있는 공간

"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난 이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다시 나 자신이 됐다. 난 내적인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존재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ㅡ로베르트 발저, 『산책』 

로베르트 발저의  책 <산책> 출처 예스24 , <산책자>

<산책자> Robert Walser, 어쩌다 산책의 모티브가 된 책이다. 로베르트 발저의 글에는 늘 무기력하고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등장한다. "to be small and to stay small"

<어쩌다 산책>은 평생 자기 자신과 자신의 글을 최대한 작게 만들려고 했던 사람, 본인의 삶이 한없이 작아지기를 바랬던 로베르트 발저의 글을 닮은 서점이 되고자 한다고 한다.


산책은 독서와 닮아 있습니다. 길에 지표가 있듯 책에도 목차와 페이지가 있으며 산책 중에 거리와 공간을 느끼듯 독서 중에는 페이지를 보며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해보기도 하지요.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산책 길에 떠오른 생각들을 잡아두기 위해 벤치에 앉아 메모를 하거나 공상의 시간을 보내듯 어쩌다 산책에서의 시간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적없이 무용하며 평안하고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어쩌다의 새프로젝트 "어쩌다 산책"을 소개한 페이스북 글에서 발췌-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101 B1

페이스북 : 어쩌다 가게 https://www.facebook.com/uhjjuhd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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