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여성들을 위한 공유 작업실 '신여성'
찾아간 공간: 공유 작업실 신여성
발견방식: 동네잡지 스트리트H 기사로 접함 -> 직접 방문
주요기능: 글쓰는 여성들을 위한 공동 작업실
매력요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목가구, 언제든 쓸 수 있는 커피머신,
24시간이라는 무한정의 이용시간, 작업 중간 스몰토크를 건네는 사용자들 간의 느슨한 연대감
갈 곳이 필요해!
계약기간 종료 후 백수 확정. 하고 싶은 작업을 정하고 나왔지만 백수 시작 며칠만에 더 급한 게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무기력을 피하기 위한 장치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커피를 내리는 식의 생활법칙 같은 게 필요했다. 비자발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일은 과해도 문제지만(항상 과했어서 문제였지만) 없어서도 안 됐던 거였다.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필요한 건 ‘갈 곳’이었다. 학교, 혹은 회사로. 아침에 일어나 어딘가로 가는 삶의 연속이었으니까. 이왕이면 작업할 때 대화할 상대도 있었으면 했다. 적당한 거리감 속에서 무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나오는, 그런 곳을 상상하던 중 우연히 홍대의 동네잡지인 스트리트H에서 글쓰는 여성 작업자들의 공유 작업실을 알게됐다. 공유 작업실 ‘신여성(이하 신여성)'. 이름에서 발신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다. 그림 그릴 도구와 노트북을 들고 찾아갔다.
작업실 문을 여니 가지런히 놓인 원목책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갈색의 차분한 느낌을 주는 가구에 앉아 글을 쓰면 그 자체로 기분 좋을 것 같았다. 벽쪽에는 페미니즘을 다룬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의 책이 꽂혀 있었다. 책장 위쪽에는 공간 이용자 중 저자로 활동하는 분들이 낸 책도 눈에 띄었다. “여긴 여성 창작자들을 지지하는 공간이야”라고, 공간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체감상 공간 크기는 대략 13평 정도. 크지 않다는 사실이 되려 편안함으로 다가왔는데, 공간 사용자들끼리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스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기 좋았다. 커피 체인점에서 작업하며 익명성과 거리감을 깨뜨리지 않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는 이곳에서의 작업자들이 아니고서야 직장 동료라 할 만한 관계가 사라진 상태이므로 좀더 가까이 이야기 나누며 사람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다.
공간에 방문한 첫날 받았던 안내문도 인상적이었다. 공간 이용 안내문은 에어비엔비 숙박 안내를 받는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안내문 뒷편에 적힌 ‘신여성의 문화'란 제목으로 공간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적혀 있었다. 살짝 인용해본다.
신여성 작업실은 차별과 배제 없는 평등한 문화를 지향합니다.
1. 서로를 이름 또는 별명으로 불러봅시다. ‘씨'와 ‘님' 등의 존칭 명사는 생략해봅시다.
2. 서로 존댓말을 사용합시다.
3. 상대방의 외모를 평가하지 맙시다(칭찬도 주의해주세요).
4. 상대방이 먼저 밝히기 전에는 나이, 성적 지향, 출신 지역, 졸업한 학교, 결혼 여부, 책 출판 여부를 묻지 맙시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이용자 간 위계 없는 작업실 문화를 이루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봅시다☆
커피머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드릴게요.
하다보면 익숙해지실 거에요.
여기서는 사용자가 스스로 익혀야 할 게 있구나. 그게 신여성에 대한 인상이었다. 서비스 받는 고객으로 공간에 머무는 것과 달랐다. 집에서 설겆이를 하고 청소하듯 몸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공간 관련 일을 하던 전 직장에서 이 ‘몸 쓰는 감각’만큼은 유지하고 싶었다). 그 자발성이 기분좋음으로 다가왔다. 커피머신 사용법을 알게 된 뿌듯함도 있지만 커피머신을 매개로 자연스레 공간 운영자 청오리(공간 운영자 배윤민정님의 별명)와 대화할 수 있어서다. 친구나 회사 동료와, 메뉴와 금액에 대한 정보만 교환하면 끝나는 가게 점원들과 나눴던 대화와도 달랐다. 사용자를 공간에 녹아들게 하는 안내자로서의 편안함을 느꼈다.
작업하러 온 분들과도 자연스레 말이 오갔다. 빠른 타자 소리를 내며 글을 쓰다가도 “간식 드실 분?” 혹은 “식사하러 나갈 분?” 하는 질문이 나오며 스몰토크 타임이 펼쳐졌다. 글쓰는 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였을까. 처음 만난 분들임에도 편하게 말할 수 있다는 느낌. 기존에 오던 사람이건 처음 오던 상관 없이 소외되지 않는 대화의 양상도 신기했다. 본인 작업 소개나 창작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 등이 대화 소재가 됐다. 내 작업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다른 분들이 각자의 생각을 덧붙였는데, 그 내용을 글쓰기나 그림 그리는 작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창작자-되기'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았다. 각자 작업하지만 왠지 동료가 된듯한. 마음 속에서 조용히 내적 친밀감이 일었다.
신여성에 와서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공간 조건에 대해 떠올려봤다. 특히 작업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간을 찾을 때는 좀더 구체적인 요소를 생각하게 된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가구, 적당한 소음, 맛있는 커피와 간식, 조명, 따뜻한 온도, 그 공간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굿즈 등 공간이 마음에 다가오게 하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중 나에게 특히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비슷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 그 관계망 그 안에서 목표를 향해 서로 등 떠미는 느낌, 누가 더 친하고 덜 친한 것으로 위계가 생기지 않는 편안한 대화. 나라는 사람은 그 안에서 작업자로서 일상을 사는 게 자연스러워진다는 걸 알게 됐다.
느슨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서로의 일상에 등장하기를. 그런 마음으로 한동안 신여성에 등장하는 뉴-우먼(new-woman) 중 1인이 되겠지 싶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신촌로2길 5-14(동교동) 2층
카카오톡: new-woman
인스타그램/트위터: @newwoman201
블로그: https://blog.naver.com/newwoman201
멤버십:
2주 멤버십(7만 원. 신청일부터 14일간 이용)
4주 멤버십(13만 원. 신청일부터 28일간 이용)
글쓰기 모임, 독서모임, 창작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에 무료 참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