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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Feb 06. 2020

시작하기에 앞서

공간이 우리를 발견했다 - 01.  프롤로그

개요


‘삶은 우연의 연속’ 혹은 ‘우연이 쌓여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연도 운명도 한 개인이 자신의 관심 혹은 취향을 계속 발견하고 실험한 결과일 터. <공간이 우리를 발견했다>라는 제목의 이 프로젝트도 ‘공간’에 관심이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두 작가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공간을 통해 찾고자 하는 목적도 다릅니다. 하지만 ‘공간을 탐구하고 싶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공통 질문을 갖고 있습니다. 두 작가는 각자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공간 자체일지 ‘공간’을 가장한 어떤 것일지 예측할 수 없지만 각자의 삶에서 필요한 ‘무엇’일 거라 확신합니다.




질문들

  

Q. 이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인가요?

쏭감독과 이소, 두 사람이 ‘발견'이란 키워드로 각자가 느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친한 누군가에게 공간을 소개받을 수도 있고, 일부러 길을 잃은 상태에서 공간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각자가 공간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공간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혹은 내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공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나갑니다.


Q. 이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발견'이란 무엇인가요?

이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발견’은 우연을 가장한 ‘필요’입니다. 우연같지만 나에게 필요한 공간이 의도하지 않아도 발견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발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할 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Q. 공간 발견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욕구에 맞는 공간을 발견하면서 자신만의 취향과 일상을 만들려 합니다. 나아가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공간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일상을 구성하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내게 필요한 것이 뭔지 직접 느끼고, 그 감각을 바탕으로 자기에게 맞는 공간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자신이 사용하는 공간을 필요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는 감각을 갖고자 합니다.




프롤로그


01.


몇해 전 휴가로 스터디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이색적인 유럽 공간들을 탐방한 후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그것을 모아 독립출판을 해보려 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중단됐습니다. 그 이후로 공간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만 딱히 계기가 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막상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직장을 다니며 바쁘게 살아가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단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 공간, 브랜딩>이라는 제목의 학습모임을 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학습모임을 진행하면서 다시 ‘공간’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습모임이 끝나고 모임 담당자였던 이소에게 같이 공간에 대해 글을 써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던 것이 이렇게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작정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함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메이트(동료)를 만나는 것입니다. 각자의 글을 보며 자극이 되어주고 마감이라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만드는 것이 글쓰기에 좋은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약속한 뒤 이소와 첫 미팅을 했습니다. 각자 어떤 공간에 대해 콘텐츠를 만들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발견’이라는 키워드가 튀어나왔습니다. 의도 혹은 목적을 가지고 공간을 탐색하는 수많은 콘텐츠와 차별화된 우연히 ‘발견된’ 공간에 대해 글을 써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우리는 SNS를 통해 누군가가 올려놓은 공간을 따라가고, 검색을 통해 핫하다는 장소를 찾아 이동합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가는 것은 편합니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헛헛한 기분이 듭니다. 남들이 다 가는 그곳, 가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 나를 어떤 장소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연히 발견되어지는 공간들을 만나다 보면, 그 공간들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by 쏭감독)




02.


예전부터 어딘가를 돌아 다니길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갔던 동네 시장이었고 커서는 예쁜 까페이거나 도서관이었습니다. 때로는 박물관 같은 랜드마크이기도, 개성 강해보이는 친구들이 모이는 청년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심코 돌아다니는 동네 산책이 좋아 남의 동네까지 구경간 적도 있습니다. 좁은 골목에서 가득 나오는 오토바이와 바쁘게 돌아가는 봉제공장. 그런 종류의 동네풍경을 볼 때마다 사람 냄새가 나는 듯하여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왜 그런 곳을 자꾸 찾아갔을까요? 어떤 곳은 오래 기억에 남았고 때로는 떠난 순간부터 잊어버렸습니다. 여정에서 느낀 감정만 담아두고 그 감정을 불러 일으킨 물리적 조건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다님의 끝에 내가 도착하고 머물렀던 곳. 사람과 사람이, 혹은 사람과 사물이 관계맺는 생활의 무대. 즉 ‘공간’에 대한 개념과 실체감을 갖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글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상상의 세계라던가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만 관심 있던 터라, 현실의 뭔가를 고민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하는 데는 마음이 가질 않아서 였습니다.


그런 스스로에게 지난 10개월 동안의 ‘공간’과 관련 일 경험은 공간과 나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계기였습니다(고백컨데 공간 업무 체크리스트 중에 뭔가를 빼먹은 날도 있습니다). BGM을 틀고 가습기의 물을 채우고, 에어컨을 켜 온도 조절을 하거나 낙엽을 쓸어내는 일들. 이 일들을 하는 과정에서 공간은 더이상 개념이 아닌 현실감 있는 뭔가로 더디게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책상과 의자의 눈높이라던가 가구의 색, 싱크대 위의 물기 상태 등등. 나중에는 관심이 가지 않던 공간 내의 식물 상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지역의 공간 운영자들과 공간 브랜딩에 대한 학습모임을 꾸렸던 경험이 더해졌습니다. 공간 운영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라던가 공간 안에서 만들어야 할 관계망의 모습, 그 관계망을 가능하게 했던 요소들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이라는 물리적 조건에서 사람이 엮이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제 공간 관련 일 경험은 끝났습니다. 공간을 다루는 건축 전공자도 아니고 공간과 관련된 일을 다시 할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굳이’ 공간에 대한 글쓰기를 해보려 합니다. 어떤 공간을 찾아가는 일. 그 공간에서 머물며 구체적인 조건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이 삶의 꽤 큰 부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런 작은 호기심을 과거의 경험으로 흘려 보내려 할 때 실행의 형태로 꺼내준, 학습모임의 길잡이 쏭감독님의 덕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과 구글지도는 해외에서도 가고 싶은 곳을 성큼성큼 찾아가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다만 검색에만 의존하지 않고 결이 맞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혹은 길을 걷다 우연히, 나아가 공간을 찾는 나만의 기준과 안목을 통해 공간이 발신하는 메시지를 받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공간을 찾아 나선 작은 여정 끝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삶의 무언가가 조금씩 변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우리의 모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 누군가에게 삶의 감각을 깨우는 현재이자 선물(present)이면 좋겠습니다. (by 이소)




공간을 발견하는 방식  


우리는 구글 지도와 인스타그램 덕에 국경 밖에서도 여러 공간을 용기 있게 걸어다닙니다. 하지만 그것 없이 공간을 찾는 방법은 잊어버렸지요. 우리는 앞으로 아래의 방식으로 공간을 찾고 그 공간에 대한 감상을 매번 상황에 맞는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1. 대화 

인터넷에서 어떤 공간이 마음에 들어 방문했는데 그 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또 다른 공간을 추천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좋은 공간 경험을 공유하면 그만큼 내 취향에 맞는 곳을 찾을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공간의 존재를 발신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 걷기 

걷기는 공간을 찾기 위해 몸을 써서 감각하는 능동적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걷는 과정에서 목적없이 마주치는 사람들과 특정 공간, 그 공간에서 우연한 순간을 마주하는 일상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걷기가 선물한 우연의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3. 목적 두기

공간 활용을 위해 뚜렷한 목적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목적을 두고 찾는 공간에 대해서는 좀더 기준을 두는 편입니다. 온도가 적당한지, 냉장고에 공용간식이 있는지, 커피는 늘상 마실 수 있는지 등등 일상 활동에 관련된 조건들이지요. 그런 공간에서 머물 때의 작업 효율은 최고조였습니다.




쓰는 사람


쏭감독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늘 “더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간 해왔던 일마다 너무 깊이 빠져들어 번아웃을 반복하는 것이 지긋지긋해졌습니다. 공간 발견을 통해 몸에 박혀있는 힘을 빼고 편안하게 글쓰기를 해보려합니다.


이소

옆길로 새는 걸 좋아합니다. 목적지를 향하다가도 주변 볼거리를 살피느라 이동 속도가 느립니다. 직전 회사에서 ‘공간'에 대해 미세한 일 경험을 얻었고, 퇴사 후에는 공간에 대해 못다 한 궁금증을 풀고 싶어 (아무도 안 시켰지만) 공간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공간은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을 위해 거쳐가는 과정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두 작가가 발견한 공간, 나아가 그들이 그 공간을 발견하고 즐기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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