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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Nov 03. 2021

"그럼요, 할게요"가 만들어내는 세계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잡지 chekchek 8호에 작가님의 원고를 받고 싶어요. -거리-라는 테마로 1000자 정도 써주셨으면 해요"

"아, 그래요? 마감일자를 알려주시면 맞춰서 보낼게요"


"작가님의 작품을 가지고 독서회를 매달 열려고 해요. 그리고 마지막 달에는 작가님 작품을 번역하신 분들을 모시고 토크 이벤트를 열고....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마치고 바로 작가님을 모시고 싶어요!! 

"그래요? 좋네요. 그렇게 할게요!



"작가님 단편을 낭독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이고. 그래요? 한번 해볼게요"


나는 늘 부탁을 하는 사람이다. 책거리는 연 100회 정도 이벤트를 열고 또 K-BOOK 진흥회에서도  대형 이벤트를 기획하여 여러 사람들을 끌어 들린다. 이벤트의 시작은 부탁이다. 부탁의 건수가 많으니 당연히 거절의 건수도 많다. 나는 부탁을 할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거절을 당하면 일시에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세상을 다 산 듯한 마음이 되어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특이한 체질이다. 그래서 거절을 당하지 않는 비법을 늘 궁리한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하여 비법을 공개한다.


한 사람에게 다양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A를. 다음 날은 B를. 또 다른 날은 C를.  다른 일이 아니어도 된다. 같은 일을 시간차를 달리하여 부탁하는 것이다. 올해 이벤트에 모시고 싶었는데 안되면 내년에. 혹은 그 이듬해에. 그 분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되고 그분이 꼭 해야 하는 이유가 같이 있어야 한다.


위의 대화는 김연수 작가와 나의 대화이다. 이 분은 늘 이렇게 빼지도 않고 선선하게 늘 "그래요! 해 볼게요"라고 답변을 주신다.

이 대답은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뭐라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그와 함께 만든 세계가 있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문학은 재미있다, 는 세계이다. 나는 김연수 작가가 항상 고맙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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